조선일보와 국내 최대 영화 예매 사이트 맥스무비가 온라인을 통해 공동 조사한 '2011 한국 영화 지표'에서 관객이 좋아하는 남녀 배우로 원빈(16.2%)과 하지원(10.9%)이 각각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가장 연기력이 뛰어난 남녀 배우 부문에선 송강호(17.7%)와 전도연(21.6%)이 각각 1위로 꼽혔다.

인기 따로 연기력 따로

좋아하는 배우의 경우 출연 작품에 대한 선호도보다는 이미지가 순위에 많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흥행작이나 화제작에 출연하진 않았지만 드라마나 CF를 통해 인기를 얻은 영화배우들에게 관객들이 호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드라마 '시크릿 가든'으로 인기를 얻은 현빈이 좋아하는 남자 배우 9위(3.5%)에 올랐지만 그가 출연한 '만추'(2월 17일 개봉)는 관객 85만명을 동원하는 데 그친 게 대표적인 예다. 광고업계에서 인기가 좋은 신민아도 좋아하는 여자 배우 5위(4.6%)에 올랐지만 '10억'(2009) 이후 지난 1년간 영화에 출연하지 않았다.

김명민, 설경구, 손예진, 송강호, 수애, 안성기, 원빈, 전도연, 하정우, 하지원(이상 가나다순)은 '좋아하는 배우'와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에 동시에 꼽혔다. 모두 흥행작이나 화제작을 두 개 이상은 갖고 있는 배우들이다. 인기 순위에는 없지만 연기를 잘하는 배우로는 이름을 올린 이들도 있다. 김혜자는 '마요네즈'(1999) 이후 10년 만에 '마더'(2009)에 출연하고도 연기력이 뛰어난 한국 여자 배우 3위(7.1%)에 올랐다. 같은 부문 10위(3.0%)에 오른 서영희 역시 지명도는 낮은 편이지만 지난해 출연한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로 각종 상을 받았었다.

가장 뛰어난 한국 감독으로는 임권택 감독이 1위(17.4%)에 올랐다. 지난해 흥행작 '아저씨'를 연출한 이정범 감독을 제외하고는 봉준호, 강제규, 강우석, 이창동 등 중견 감독들이 10위권 안에 들었다.

더 심각해지는 불법 다운로드 현실

관객들은 극장에서 영화 보는 것을 가장 선호하지만 온라인 다운로드를 통한 영화 관람이 급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합법적인 영화 유료 다운로드 사이트가 거의 없고, 있어도 이용 실적이 미미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만큼 불법 다운로드 문제가 심각하다는 뜻이다.

이번 조사에서 온라인 다운로드는 극장(66.1%)에 이어 2위(27.7%)였지만 2007년 조사(13.1%)에 비해 14.6%p나 올랐다. 반면 케이블 채널(14.5%→4.2%)이나 비디오·DVD (9.6%→1.1%) 같은 '올드 미디어'의 선호도는 급감했다. 맥스무비 김형호 실장은 "극장에 대한 선호도가 4년 전(61.0%)에 비해 소폭 증가한 것은 디지털 상영과 3D영화 등 상영시설의 발전 덕으로 보다"고 했다.

'한국 영화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시나리오의 완성도(51.8%)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한국 관객들은 영화 요소 중 스토리(줄거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자본 열세(28.5%), 기술력(8.6%), 감독 연출력(6.0%), 배우 연기력(5.1%) 등이 뒤를 이었다.

맥스무비 회원들과 이메일 문답

영화 예매 사이트 맥스무비(maxmovie.com)를 통해 총 2만2362명에게 지난달 30일부터 5일까지 이메일로 답변을 받았다. 무작위로 선발한 일반인이 아니라 한 번이라도 극장 관람 경험이 있는 회원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일반 여론조사에 비해 영화 선호도나 관람 성향을 가장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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