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동안 금지옥엽 키워준 엄마를 버리고 자신을 낳아준 상위 10%의 부자 엄마에게 가겠다는 냉정한 딸 금란, 그런 딸이 떠나기 전날 금란의 엄마는 녹내장으로 시력을 잃게 된다는 진단을 받는다. 하지만 떠나는 딸의 발목을 잡게 될까 두려워 금란의 엄마는 앞으로 다시는 만나지 말자는 당부를 한다. 그렇게 눈물범벅이 돼 키워준 엄마와 딸은 헤어진다. 앞으로 금란과 금란의 엄마는 행복해질까?
드라마 '반짝반짝 빛나는'의 한 장면이다. 방법과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오늘도 대한민국의 수많은 엄마들은 금란의 엄마와 마찬가지로 자녀에게 올인하고 있다. 더 좋은 학원을 비롯해 남들보다 더 좋은 무엇인가를 해주기 위해 애쓰는 엄마들. 그렇게 모든 것을 쏟아 붓는 만큼 내 자식이 다른 아이들보다 앞서게 될 것이라 믿고, 아이도 행복해 질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그런 엄마의 맹목적인 믿음이 때론 충격적인 결과를 가지고 오기도 한다. 하루 4시간 이상 사교육을 받는 어린이의 30%는 우울증을 호소하고 있다. 또한 지나친 과잉 조기독서는 유사자폐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한 육아교육관련 인터넷 카페에서는 과잉 조기독서의 문제점을 변화시키기 위해 전집문화를 바꿔보자는 캠페인까지 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바로 지나친 욕심과 일방통행, 그리고 경쟁심 때문이다. 겨우 세 살짜리 친구의 딸아이가 나비의 한 살이를 술술 읊어대는 걸 본 후 당장 집에 와서 아이에게 자연관찰 전집을 사주고 읽혔다는 한 엄마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엄마의 지나친 욕심 때문에 '책'이 다른 아이와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학습의 도구로 변해 버린 것이다.
책을 읽는다는 것 혹은 읽힌다는 것은 책 속에 담긴 인생의 지혜를 얻는 것이다. 엄마가 책을 읽히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아이에게 책과 관련된 말을 시키고 책을 매개로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책을 읽히는 것에서 끝난다면 인풋에 멈추는 일방통행, 즉 외눈박이 교육이 돼버린다. 책을 읽고 내 생각을 담아 말을 하는 아웃풋이 있어야 균형이 잡힌다. 100권의 책을 무작정 읽히기보다 1권의 책을 읽고 나누는 한 시간의 수다가 더 행복하고 유익하다. 꼭 책이 매개가 되지 않아도 좋다. 그저 솔직한 이야기를 하면 된다. 물론 아이에게 말을 시킬 때도 일방통행은 금물이다. 말을 시키는 엄마에게도 노하우가 필요하다. 솔직한 고백과 경청, 그리고 공감과 인정이 필요하다. 어떤 책을 사주고 읽힐까 고민하기보다 오늘부터 내 아이에게 말 시키는 엄마, 조금은 수다쟁이 엄마가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 말을 통해 자신을 표현할 줄 아는 훈련이 된 아이, 소통할 줄 아는 아이가 사회에서도 더 행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