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 동안 밀고 당기던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독일증권거래소가 올 2월 드디어 서로에 대한 마음을 확인했다.

이 둘이 결실을 맺는 듯하자, 나스닥이 끼어들어 더 큰 돈다발을 흔들며 뉴욕거래소를 유혹했다. 뉴욕거래소는 잠시 마음이 흔들리는듯 싶었지만 그간 일편단심을 보여준 독일거래소를 선택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나스닥은 포기하지 않고 뉴욕거래소의 가족(주주)들을 설득해 짝짓기에 성공하겠다고 다짐했다.

◆ NYSE "나스닥 매력 없다"… 나스닥 "주주들 설득하겠다"

10일 뉴욕거래소의 모회사인 NYSE유로넥스트는 나스닥 OMX그룹과 인터콘티넨탈 익스체인지(ICE)의 인수 제안을 거절했다. 반독점법을 위반할 위험이 있다는 이유였다. 지난 1일 나스닥OMX-ICE가 뉴욕거래소 인수합병 의사를 밝힌 뒤 10일만의 결정이었다.

만일 나스닥과 뉴욕거래소가 몸을 합쳐 합병 거래소가 탄생하면,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대부분 종목이 합병 거래소 한 곳에 상장될 수 있기 때문에 독과점 우려가 제기됐다. 이 때문에 합병을 추진해도 미국 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했다.

나스닥이 합병 자금을 마련하느라 막대한 채무를 짊어져야 하는 것도 매력을 반감시켰다. 무디스와 스탠더드푸어스(S&P)는 나스닥이 합병을 추진하는 경우 신용등급을 낮출 수 있다고 경고했다. 뉴욕거래소와 나스닥이 통합되면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져 일자리를 삭감해야 할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NYSE유로넥스트는 "나스닥OMX-ICE의 공동인수제안은 제약이 많아서 주주들에게 불필요한 위험을 가중시킨다"면서 "매력 없는 제안"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나스닥OMX-ICE는 뉴욕거래소에 대한 구애의 끈을 놓지 않고 있어 각축전을 예고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나스닥OMX-ICE가 NYSE유로넥스트의 주주들을 직접 설득해 적대적 인수를 시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WSJ는 나스닥OMX-ICE가 당장 NYSE유로넥스트의 주주들에게 "인수합병이 반독점법을 위반하지 않으며 도이체뵈르제와 계약보다 더 좋은 조건"이라는 점을 강조해 설득에 나설 계획이라고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나스닥OMX의 로버트 그리펠드 최고경영자(CEO)는 NYSE유로넥스트의 이사회가 단독으로 이번 결정을 내렸고 일반 주주들에게 의견 개진의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리펠드 CEO는 "나스닥OMX-ICE의 제안서는 NYSE유로넥스트의 '주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면서 "이사회가 주주들에게 더 좋은 조건의 제안을 논의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고 성명서에서 밝혔다.

그리펠트 나스닥 CEO는 최근 며칠 동안 NYSE유로넥스트의 주요 주주를 만나고 정치인들과 접선하면서 물밑작업에 힘쓴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4월 28일 열리는 NYSE유로넥스트의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에 따라 나스닥OMX-ICE의 적대적 인수가 가망성이 있을지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WSJ는 나스닥이 인수 자금을 마련할 경로를 더 명확하게 제시하고 NYSE유로넥스트가 도이체뵈르제와 이미 합의한 인수계약을 파기하고 물어줘야 할 수수료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조건이 좋은 인수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만일 NYSE유로넥스트가 도이체뵈르제와 계약을 파기하면 3억6100만 달러, 혹은 2억5000만 유로 정도 수수료를 물어줘야 한다고 WSJ는 보도했다.

뉴욕증권거래소 전경.

◆ 도이체-NYSE 끈질긴 인연 "우리 사이 갈라놓을 수 없을걸"

NYSE유로넥스트는 이날 나스닥과 뉴욕거래소간 인수합병을 거절함과 동시에, 도이체뵈르제가 운영하는 최대 증시인 독일 프랑크푸르트증권거래소와 합병을 그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NYSE유로넥스트와 도이체뵈르제는 지난 2월 15일 뉴욕-프랑크푸르트거래소의 인수합병에 최종 합의했다.

프랑크푸르트거래소가 뉴욕거래소와 인수합병하는 대가로 제시한 가격은 약 97억 달러로, 나스닥이 제안한 113억 달러보다 적은 금액이다. 그럼에도 NYSE유로넥스트가 도이체뵈르제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거래소 몸집을 불려 광활한 유럽 대륙으로부터 수익을 벌어들이겠다는 목표 때문이다. NYSE유로넥스트와 도이체뵈르제는 합병으로 3억 유로의 비용절감 효과를 노리고 있다고 밝혔다.

NYSE는 이미 지난 2006년 유로넥스트와 합병하면서 파리, 암스테르담, 브뤼셀 거래소와 한 둥지를 틀었다. NYSE유로넥스트의 던컨 니드라우어 CEO는 “우리는 몇년 동안 쌓아온 장기적 전략이 있다. 기업을 분사해서 매각하는 것은 우리 전략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나스닥OMX-ICE는 뉴욕거래소를 증권·옵션 부문과 파생상품 부문으로 쪼개 나스닥이 전자를, ICE는 후자는 도맡을 계획이었다.

전문가들은 뉴욕-프랑크푸르트거래소의 합병계약이 무산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이미 미국내에서는 거래소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회가 줄어들고 있어 NYSE유로넥스트가 유럽으로 눈을 돌리는 것을 불가피한 선택이다. 주식 대안거래소인 배츠(Bats), 디렉트에지(Direct Edge) 등이 투자자들을 유혹하고 객장 거래가 아닌 전자거래가 발달하면서 비용이 절감되면서 뉴욕거래소나 나스닥은 고객을 잃고 있는 상황이다.

NYSE유로넥스트와 도이체뵈르제가 지난 2년 동안 몇 차례에 걸쳐 인수합병 의사를 교환한 것도 이 둘의 의지를 보여준다. 지난 2008년 니드라우어 CEO는 레토 프란치오니 도이체뵈르제 CEO와 만나면서 합병을 논의했지만 그 해 12월 합의가 무산됐다. 그리고 지난해부터 꾸준히 대화한 끝에 올해 2월 인수합병에 합의했다.

프랑크푸르트와 뉴욕에 각각 본부를 두고 프란치오니 도이체뵈르제 CEO는 합병회사의 회장으로, 니드라우어 NYSE유로넥스트 CEO는 합병회사의 CEO로 각각 직책을 맡게 된다. 프랑크푸르트증권거래소는 합병 거래소 지분의 약 59~60%를 보유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