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일본 이와테(岩手)현 오후나토(大船渡)시 경찰서 청사 주차장엔 자동차 대신에 수백개의 찌그러진 금고가 쌓여 있었다. 3·11 대지진·쓰나미 때 휩쓸려 떠내려오다 수거됐거나 주택 잔해 속에서 발견된 금고들이다. 오후나토 경찰 관계자는 "처음에는 금고를 경찰서 안에 보관했지만 금고가 너무 많이 들어와 밖에 놓아두고 있다"며 "매일 여러 개의 금고가 들어와 얼마나 많이 쌓여 있는지 정확히 집계는 안 되지만 수백개는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지진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미야기(宮城)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들 금고는 일본 특유의 '장롱 예금' 문화를 보여주고 있다고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이 보도했다. 상당수 일본인이 현금을 집안에 쌓아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본 내에서는 평상시에도 대략 30조엔(384조원)에 달하는 현금이 돌지 않고 있는 것으로 추산될 정도다.
특히 고령층은 금융기관에 돈을 예금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지진과 쓰나미로 피해를 입은 곳 가운데 노인이 많이 사는 지역에서 주인 없는 금고가 더 많이 발견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테현은 주민의 30%가 65세 이상이다. 미야기현 경찰 관계자는 "노인들은 현금인출기를 잘 이용하지 않고 자신이 원할 때 편하게 돈을 쓰기 위해 금고에 돈을 넣어둔다"고 말했다. 일본 은행들의 금리가 낮은 것도 장롱 예금이 많은 이유 중 하나다.
일본 교도통신은 9일 이와테·미야기현에서만 수천만엔에 달하는 현금을 '습득물'로 보관하고 있지만 주인을 찾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미야기현 관계자는 "현금 같은 경우는 지갑에 신분증과 함께 들어 있지 않은 한 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일본 법에 따르면 습득물은 3개월의 보관기간 내에 주인이 나타나지 않고 누구 소유인지 증빙할 수 없을 경우 최초 발견자가 갖게 돼 있다. 규정대로라면 일본 정부가 이번에 습득한 현금·귀중품은 3개월간 보관기간이 지나면 정부로 귀속된다. 이재민들 사이에서는 "소유자에게 돌려줄 수가 없다면 이 돈을 지진 복구비로 사용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AP통신은 "일본 정부가 밝힌 대지진·쓰나미의 피해 규모(15조~25조엔)에는 개인의 재산 손실은 포함하지 않은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