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이때 그것(5만원권)을 파묻어서 힘들게 만드는지…."

11일 전북 김제시 마늘밭에서 110억원대 인터넷 불법 도박 사이트 수익금이 5만원권 뭉치로 발견되자 한국은행 관계자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최근 "5만원권이 보이지 않는다. 검은 자금으로 쓰이는 게 아니냐"는 국회와 언론의 지적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강하게 부인해 왔기 때문이다. 김제경찰서에 따르면 지금까지 마늘밭에서 발견된 불법 도박자금은 5만원권만 22만1455장이나 되고 1만원권은 664장에 불과하다.

지난달 3일 한은은 '5만원권이 발행 후 1년9개월 만에 시중에 20조1076억원어치가 풀려 1만원권(20조761억원)보다 더 많은 액수가 유통되고 있다'는 보도자료를 뿌렸다. 6일 뒤 국회에서 이종구 한나라당 의원은 "5만원권이 시중에 안 보이는데 지하경제 창궐에 도움을 주는 것 같다. 발행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매수로 따졌을 때 5만원권이 4억장 풀린 반면 1만원권은 20억장이 돌아다니기 때문에 당연히 5만원권이 덜 보일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한은은 또한 우(牛)시장, 동대문 의류도매시장, 경마장 등 현금이 대량으로 유통되는 곳에서 5만원권이 주로 사용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한은은 이들 장소에서 하루에만 1600억원의 현금이 오가는 것으로 확인했다. 한은은 이 같은 내용을 토대로 현재 열리고 있는 임시국회 답변을 준비 중이었다.

5만원권의 용처에 대한 의혹은 '건설현장 식당(일명 함바집)' 운영권 비리사건의 브로커 유상봉씨가 로비에 쓴 돈에도, 여야 정치권을 뒤집어 놓은 '청목회사건'에서도, 작년 6·2 지방선거 운동 비리에서도 등장했다. 검찰도 "2억원을 담기 위해선 이전엔 사과 상자가 필요했지만 이제는 손가방이면 된다"며 5만원권이 뇌물 수수 등 검은 거래에 사용될 가능성이 있음을 지적했다.

한은 관계자는 "20조원 넘게 5만원권이 발행됐는데, 불법자금 100억원이 발견됐다는 이유로 5만원권이 검은 자금에 주로 쓰인다고 단정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