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불법 도박사이트를 열어 거액을 챙긴 범인이 구속되기 전 인척을 통해 이 돈을 마늘밭에 묻어놓았다가 경찰에 발각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8~9일 27억원을 은닉했던 것으로 확인한 경찰은 10일 저녁 밭 전체 발굴 수색에 나서 3시간 사이 40억원을 추가로 찾아냈다. 이날 굴착기로 파헤친 밭은 전체의 3분의 2로, 묻어둔 돈의 총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100억원이 넘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전북 김제경찰서는 10일 처남 이모(44)씨가 인터넷에 불법 도박사이트를 열어 챙긴 거액을 받아 밭에 숨겨온 혐의로 이모(53·전주시 덕진구)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전북 김제 금구면의 이모(53)씨 밭에 파묻혀 있던 돈뭉치가 10일 발견됐다. 경찰은 이날까지 이씨의 집과 밭에서 67억여원을 찾아냈다.

또 이날 저녁까지 이씨의 밭과 집에서 찾아낸 64억여원을 모두 압수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가 처남으로부터 67억원 이상의 돈을 받은 것은 2009년이다.

처남은 중국에 본사를, 홍콩에 서버를 둔 불법 도박사이트를 경기 부천에서 운영하다가 그해 11월 구속돼 실형 1년6월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오는 5월 중 출감할 예정이다.

이씨는 지난 8일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2009년 4월 17억원을 받았다"고 말했다가, 다음 날 새벽 "10억원을 그해 5월에 더 받았다"고 진술하는 등 계속 말을 바꾸고 있어 숨겨왔던 돈의 규모는 훨씬 더 커질 수도 있다고 경찰은 말했다.

전북 김제의 이모(52)씨 마늘밭에서 10일 추가로 발견된 돈뭉치. 이씨는 처남이 도박사이트를 운영해 벌어들인 자금을 맡아 자신의 밭 여러 곳에 묻어둔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5만원권 다발 돈들을 플라스틱 김치통 등에 담아 아파트 다용도실에 보관해오다가 작년 5월 사들인 김제시 금구면의 990㎡ 규모 밭 여러 곳을 깊이 1m쯤으로 파 나눠 묻었다. 이씨는 경찰에서 "집에 보관하기 불안했고 은행에 맡기면 추적당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경찰 수사는 이씨가 이 돈 가운데 일부를 파내 쓴 뒤 지난 2월 이 밭 주변에서 굴착기로 나무 캐는 작업을 했던 안모(52)씨에게 절도 혐의를 뒤집어씌우려 한 과정에서 시작됐다.

안씨는 지난 6일 이씨로부터 "밭에 묻어둔 조폭자금 17억원 중 7억원이 없어졌다"는 말을 듣고 억울해 8일 경찰에 신고했다. 이씨는 묻어둔 돈 중 최근 4억원을 파내 일부를 생활비에 보탠 뒤 처남이 출감해 추궁할 것에 대비, 이 같은 시나리오를 구상했다.

경찰은 8일 저녁 밭 주변을 수색, 3억원을 발견하고, 다음 날인 9일 새벽 이씨 아들(25)의 렌터카와 집 금고에서 모두 11억5000만원을 찾아냈다. 이씨는 경찰이 조사에 나선다는 말을 듣고 4월 초 파냈다가 묻은 13억원을 급히 파내 10억원을 아들에게 맡기고, 나머지는 도난당한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밭 부근에 버렸다가 이처럼 경찰에 발각됐다.

경찰은 9일 굴착기 기사 안씨가 "나무 캐기 작업 중 비닐에 싸인 통들을 밭의 다른 곳에서도 보았다"고 진술하자, 발굴 작업을 벌여 10억원이 든 통을 또 발견했다. 이렇게 되자 이씨는 처남으로부터 받은 돈이 모두 27억원이라고 진술을 번복했다. 경찰은 파묻은 돈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10일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오후 7시부터 밭 전체를 굴착기로 파헤쳤다. 경찰이 밤 10시까지 40억원을 추가로 찾아내면서 은닉됐던 금액은 67억원으로 늘었다. 김제경찰서 문대봉 수사과장은 "이씨는 경찰 조사까지 생각하지 못하고 17억원만을 놓고 처남에게 변명할 시나리오를 만들었으나 치밀하지 못했으며, 현재 곤란한 질문엔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경찰에서 "이달 초 파낸 4억원 가운데 2억8500만원을 생활비로 썼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씨가 밭과 금고, 차량 등에 보관해오던 64억1500만원을 모두 압수, 국고에 귀속하기로 했다. 이씨는 김제시 금구면 선암리에 돈을 묻어둘 밭을 사면서 8000여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씨에게 이 돈의 출처도 추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