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수도 카이로의 타흐리르(해방) 광장으로 지난 8~9일 수십만명의 시위대가 쏟아져 나왔다. 지난 2월 11일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을 축출한 이후 2개월 만의 최대 규모 시위였다.

시위대의 타깃은 현재 이집트의 최대 실권자인 후세인 탄타위(75·사진) 국방장관 겸 군사최고위원회 위원장이었다. 군부 통치에 염증과 분노를 느낀 시민들은 이날 시위를 '경고의 금요일(Friday of Warning)'이라고 불렀다. 군부는 이날 무력진압에 나서 최소 2명이 숨지고 20여명이 부상했다. 시위대는 "(무력진압을 한) 탄타위 장관이 물러날 때까지 광장을 떠나지 않겠다" "다음(축출 대상)은 독재자 탄타위"라는 구호를 외쳤다고 AP통신 등이 10일 보도했다.

◆"탄타위, 무바라크와 뭐가 다르냐"

탄타위 장관은 지난 2월 무바라크가 물러나면서 군부의 대표로 전권(全權)을 승계했다. 오는 9월 차기 지도자가 선출될 때까지 사실상의 1인자다. 탄타위 장관은 지난달 19일 대통령의 임기를 종전의 연임 무제한에서 4년 중임으로 제한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한 헌법개정안을 국민투표에 부쳐 77%의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시켰다. 당시 로이터통신 등은 "탄타위가 이집트 민주화의 단초를 마련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탄타위가 지난 3월, 오는 9월로 예정됐던 대선 일정에 대해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발표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탄타위가 '과거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집트 군부는 추가 시위를 막기 위한 본보기로 타흐리르 광장에 나온 시위대를 구타하고, 전기 고문은 물론 알몸 수색까지 감행했다.

군부 비판론자는 "군부가 부패와 경찰력 남용 관행에 종지부를 찍음으로써 진정한 민주화 혁명의 시대를 열 생각이 없거나, 아예 그럴 능력이 없다"고 말한다. 특히 시위대는 무바라크와 그 가족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만 무바라크의 심복이었던 탄타위가 이를 가로막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9일 시위현장에 나온 시민은 "탄타위, 당신은 우리(시위대) 편에 서지 않고 또 한 번의 피를 원하는가"라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탄타위가 1991년부터 20년간 국방장관으로 재직하며 축적한 엄청난 재산도 최근 도마 위에 올랐다. 현지 언론들은 탄타위가 외국과의 무기거래에 간여해 번 5억달러, 아프리카에서 두 번째로 큰 '무바라크 스타디움' 건설과정에서 받은 수수료 1억달러, 건설회사 지분 280만달러 등 재산이 10억달러가 넘는다고 보도했다. 시위대는 이를 두고 "탄타위가 무바라크와 다른 게 뭐냐"라고 비판한다.

일부 장교, 시위대에 합류

군부 내에서도 탄타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7일 이집트군 장교 2명이 "탄타위의 지휘 방식에 문제가 있다"며 군부를 이탈해 시위대 합류를 선언했다. 군사최고위의 무함마드 아스카르 대변인은 "시위에 참가하는 군인은 모두 즉결 군사법정에 회부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군부의 이탈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탄타위를 '무바라크의 푸들'이라고 불렀던 서방의 시선도 차가워졌다. 서방의 한 외교관은 "개혁에 저항하는 성격의 탄타위가 국민이 존경했던 군부를 국민과 유리시키고 있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한편 이집트 검찰은 10일 이집트 시위 과정에서 시위대를 무력진압하고 공공재산을 빼돌린 혐의를 조사하기 위해 무바라크 전 대통령과 그의 아들들을 소환했다고 이집트 관영 메나(MENA)통신이 보도했다. 무바라크는 그러나 이같은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