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 국가대표팀 감독은 요즘 인기를 실감한다. 어딜 가든 몰려드는 팬들의 사인 공세가 이어진다. 조 감독은 "어디서 문전박대는 안 당하게 됐다"고 했다. 지난해 7월 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조 감독은 지난달 25일 온두라스전 승리(4대0)를 포함해 지금까지 7승4무1패를 기록하고 있다. 9월부터 시작되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을 생각하면 벌써 마음이 바쁘다. 그를 4일 만나 대표팀 선수들과 팀 운영에 대한 솔직한 얘기를 들어봤다.
조 감독은 요즘 박주영을 재발견하는 재미에 빠져 있다. "대표팀 주장을 물려받고 선수가 완전히 변했다"고 했다. 이전에는 주로 친한 또래들과 어울렸는데, 지금은 훈련 때도 후배들에게 먼저 가서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이다. "언론에 대한 태도도 달라졌죠. 이전엔 인터뷰 안 하려고 도망가기 바빴는데, 아주 적극적으로 변했어요."
은퇴한 박지성의 빈자리는 여전히 고민이다. 박지성을 100% 대체할 선수가 없는 탓이다. 조 감독은 "그래도 박지성 자리에 박주영·지동원·구자철을 모두 넣어봤더니 나름 괜찮더라"고 했다. 오른쪽 윙인 이청용이 크로스를 올리면 중앙 스트라이커와 왼쪽 윙이 일제히 가운데로 쇄도하면서 '투톱'의 효과가 난다는 분석이다. 앞으로 대표팀 운영의 큰 방향이 될 수 있는 대목이다.
대표팀 '쌍용'인 이청용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머리가 아주 좋은 선수"라고 했고, 기성용은 '투사'로 변했다고 했다. "성용이는 원래 수비 가담이 적었죠. 그러면 '반똥가리(반쪽짜리)' 선수가 된다고 야단을 쳤어요. 요즘은 180도 바뀌었죠. 너무 적극적으로 수비해서 걱정입니다."
기성용과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를 이루는 이용래에 대해서도 부지런하게 공간을 잘 커버한다는 칭찬을 했다. "기성용·이용래는 믿고 맡길 수 있는 친구들"이라는 말도 했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조 감독이 수비형 미드필더인 김정우를 왜 공격적으로 쓰는지 답이 나왔다. "(김)정우는 앞에 잘 안 나서려고 합니다. 국가대표팀 경기에선 공격이 안 통할 거라고 부담을 느끼는 거예요. 하지만 기성용·이용래가 뒤를 받치니까 김정우를 내보낼 여지가 생겨요. 패스와 기술이 좋은 선수거든요."
조 감독은 월드컵 3차 예선을 생각하면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카타르 출신 모하메드 빈 함맘 AFC(아시아축구연맹) 회장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중동팀과 대결 때 판정 불이익을 받지 않을지 걱정도 된다고 했다.
한국 축구의 또 다른 고민은 중앙 수비 자원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조 감독은 "영리하지 못하면 국가대표팀 레벨에서는 쓸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런 면에서 이정수는 마음에 드는 선수다. "자기가 공격수를 해 봤으니까 움직임을 잘 알고 예측한다"는 얘기다. 젊은 수비수론 "홍정호가 아주 영리하다. 미래의 중앙 수비수감"이라고 했다.
'조광래 황태자' 윤빛가람은 요즘 왜 선발로 뛰지 못할까. 이 질문에 조 감독은 "좀 더 정신 차리라는 뜻"이라고 했다. "경기장 가서 빛가람 엉덩이를 걷어찼지. 경고 누적으로 경기는 못 뛰고 사인회하고 있더라고요. 윤빛가람은 좋은 패스를 하면 스스로 도취해서 움직이질 않는 버릇이 있었어요. 그럴 때마다 푸시업(팔굽혀펴기)을 많이 시켰지. 더 분발해야 해요."
조 감독은 "젊은 선수들 기용 문제로 올림픽 대표팀과 불화를 빚는 것으로 비치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일단 대표팀을 최대한 빨리 안정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올림픽팀이 어떤 선수를 꼭 필요로 한다면 거기서 뛸 수 있도록 당연히 배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감독은 취임 때부터 강조한 '빠른 패스 게임' 얘기를 다시 꺼냈다. 아직도 K리그 스피드가 늦다고 보는 듯했다. "기술 문제가 아닙니다. 지도자와 선수 생각만 바꾸면 돼요. 한 명이 볼 터치 한 번만 줄이면 11번이 줄어요." 조 감독은 "국가대표팀 영향으로 요즘은 조기축구회도 빠른 패스 게임을 한다더라"면서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