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IT(정보통신기술)산업에서 세계 최강 수준인데도 컴퓨터공학에서 세계 50위 안에 드는 대학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2009년부터 조선일보와 함께 '아시아대학평가'를 하고 있는 영국의 대학 평가기관 QS(Quacquarelli Symonds)가 4일 발표한 '2011 세계대학평가 5개 공학 분야(컴퓨터·토목·전자·기계·화학공학) 순위'에서 한국 대학들은 분야별로 50위 안팎에 올랐다.

컴퓨터공학에서는 세계 톱 50위권에 드는 한국 대학이 없었으며 서울대카이스트가 각각 51~100위권으로 평가됐다. QS는 51위부터 100위까지는 개별 순위를 매기지 않았다. 토목공학에서는 카이스트가 48위, 서울대 51~100위권이었으며, 전자공학에선 서울대 49위, 카이스트 51~100위, 포스텍 101~150위였다. 화학공학에서는 서울대 48위, 카이스트·포스텍은 51~100위권, 기계공학에선 서울대 44위, 카이스트 49위, 포스텍 101~150위권이었다.

이런 연구결과에 대해 한국연구재단 배영찬 연구진흥본부장은 "산업체가 요구하는 단기적 성과 연구에만 매달리고 호흡이 긴 영향력 있는 논문을 쓰지 않은 한국 공대의 현주소를 보여준 것"이라며 "이는 한국 대학들의 IT 인재 배출이 부진할 것임을 예고한다"고 말했다.

'국내 1위'와 '세계 1위'의 격차는 컸다. 기계공학 분야에서 국내 1위인 서울대의 점수는 학계 평가 항목 45.1점, 졸업생에 대한 평판도 항목 31.3점, 교수 1인당 논문 피(被)인용 수 항목 34.6점이었다. 세계 1위를 차지한 MIT는 이 점수가 각각 99.9점, 84.9점, 61.3점으로 서울대의 1.8~2.7배 수준이었다.

한국 대학들은 특히 '졸업생 평판도'에서 취약점을 드러냈다. 컴퓨터공학 분야에서 서울대의 졸업생 평판도는 30.8점으로 영국 케임브리지대(99.9점)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같은 분야에서 카이스트의 졸업생 평판도는 20.9점에 그쳤다.

학문의 세계적 수준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교수 1인당 논문 피인용 수'에서도 한국 대학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아시아 다른 나라들의 대학과 비교해도 한국 대학의 성적은 좋지 못했다. 한국 대학 중 토목공학 분야에서 가장 높은 순위(48위)에 오른 카이스트는 싱가포르국립대(7위), 일본 도쿄대(8위), 중국 칭화대(17위), 인도 IIT봄베이(30위) 등 아시아 11개 대학보다 뒤졌다.

세계대학평가 학과 순위는 총 세 가지 지표(학계 평가, 졸업생 평판도, 교수 1인당 논문 피인용 수)를 평가해 순위를 매겼다. 학계 평가는 전 세계 1만5000명 학자에게 "자신의 학문 분야에서 최고 수준이라고 생각하는 국내 대학 10곳, 외국 대학 30곳을 꼽아달라"고 했으며 졸업생 평판도는 전 세계 기업인 5000명을 설문조사해 분석했다.

["과학기술 1위 한국을 후손들에게 물려주자"]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은 본지 5일자 A10면 '화려한 IT코리아의 초라한 工大 성적표' 기사와 함께 게재된 이 대학원의 연구실 사진과 관련, "융합과학기술대학원은 서울대 공대와는 다른 별도의 대학원"이라고 알려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