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지방선거에서 손학규 한나라당 경기지사 후보는 경기 성남 분당에서 64.1%를 득표했다. 민주당 대표로 변신해 9년 만에 돌아온 그를 분당을(乙) 유권자는 어떻게 평가할까. 손 대표는 3일 새벽에만 이 지역 조기축구회 7군데를 쫓아다녔다. 이날 저녁 선거사무실로 돌아온 그를 주용중 정당팀장이 만났다.

4·27 경기 성남 분당을 보궐선거에 출마한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3일 분당 정자동 선거사무소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출마를 결심한 이유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분당은 손 대표에게 어떤 곳인가.

"(잠시 침묵) 지금 나한테 분당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중산층 지역으로서의 분당, 그런 면에서 대한민국의 변화를 선도할 수 있는 곳이다. 물론 분당은 민주당으로선 아주 어려운 지역이다. 그러나 분당 같은 지역에서 도전할 의지가 없으면 정권 교체를 포기해야 한다."

―중산층 유권자 사이에선 '손 대표가 민주당 가더니 좌(左)클릭한 거 아니냐'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중산층 전체가 일정한 정도 진보화됐다. 무엇보다 복지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고, 중산층의 사회 인식이 바뀌고 있다. 중산층이 과거의 보수의 틀 안에 그대로 있다면 내가 중산층을 앞세워서 사회 변화를 꾀한다는 얘기를 못하겠지."

―출마 결정까지 어떤 고민을 했나.

"처음엔 이명박 정부에서 떠난 민심을 잡을 수 있는 최적의 인물을 찾고자 했다. 그런데 '분당은 민주당이 안 되는데…'라며 할 만한 사람이 안 나섰다. 나는 중산층 대표 지역을 통해서 우리 사회 전체의 변화를 꾀한다는 명분을 포기할 수 없었다. 대표가 보선에 나와 구원투수를 하는 게 과연 정도(正道)냐는 의견도 있었으나 장수가 직접 나가 싸우면서 다른 군사들의 사기를 높여주는 것이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내가 할 역할이라고 판단했다."

―대선주자로서의 반등(反騰)을 노렸다는 지적도 있다.

"정치를 공학으로 보는 사람들은 그렇게 말하겠지. 그걸 내가 어떻게 '내 뜻을 알아달라'고 하겠나. 그러나 나는 우리 역사를 변화시켜야 되는데 그 변화의 계기를 어떻게 분당에서 잡을 수 있을까에만 관심이 있다."

―종로구(2008년 총선 출마)에서 또 지역구를 옮겼는데….

"내가 지역구 의원 한 번 더 하려고 그러는 것 아니잖나."

―그럼 대통령 할 사람이 왜 지역구에 나왔나.

"(목소리를 높이며) 아니지. 이건 지역구 의원 뽑는 선거가 아니에요. 분당 주민들이 내가 여기 나왔을 때 우리 분당 지역구 의원으로 왔다고 환영하겠어요? 우리 사회 변화를 일으켜줄 그런 야당 대표, 야당 지도자를 원하는 거지. '지역구를 옮긴다'는 생각은 내 머릿속에 없었다. 하지만 종로구 지역민들에게는 정말 미안하다."

―이곳 유권자들에게 손 대표의 당적(黨籍) 변경을 어떻게 설명할 건가.

"내가 지금 그 얘기를 (또) 할 필요가 없죠, 다 아는데, 벌써 그게 언젠데. 당적 바꾼 게 문제가 아니고, 내가 추구하는 정치적 가치를 일관되게 유지해왔나 아닌가가 중요한 것 아닌가. 내가 (한나라당에서) 대통령 하겠다고 했을 때 한나라당의 가치와 정면 충돌했고, '너는 장식품만 하고 주인은 안 된다'는 분위기라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나온 것이다. 민주당의 손학규나 한나라당의 손학규가 아니라 손학규가 갖고 있는 가치와 능력으로 평가받고 싶다."

3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선관위 관계자들이 4₩27 분당을 보궐선거를 홍보하는 깃발을 거리에 걸고 있다.

천안함연평도 사건과 관련해 북한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인가.

"나는 항상 북한의 책임을 엄격하게 물어 왔다. 그러나 민주당이 북한에 아무 비판도 안 하고 핵무기를 용인하는 것 같이 도매금으로 얘기하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 북한이 핵무기 개발하고 전쟁을 통해 남북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고 책임을 분명히 져야 한다. 다만 그것을 핑계로 대북(對北) 관계를 완전히 단절하고 북을 압박한 결과가 무엇이냐. 결국 우리의 손해로 돌아왔다."

―민주당은 내년 대선에서 동남권 신공항을 공약으로 내걸 것인가.

"동남권 신공항은 기본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이다. 이 대통령도 고민이 있었겠지. 그러나 국가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국민에 대한 신뢰다. 우리는 (이번 백지화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서 실행 가능하고 실천할 수 있는 공약을 만들 것이다."

김해을 국회의원 보선에서 야권 단일화가 쉽지 않아 보인다.

"야권 단일화는 일차적으로 선거 승리를 위한 것이고 크게는 정권 교체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민주주의 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무조건 '양보하라'는 식으로 하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분당에서 지면 어떻게 하겠나.

"출마한 후보에게 선거에서 지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하는 게 질문이 되느냐."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에 대한 평가는.

"훌륭한 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