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현지시각) 밤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모니카에 있는 폭스사에서 영화 '워터 포 엘리펀트(Water for elephants)'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각각 아카데미 남우조연·여우주연상을 받은 크리스토퍼 왈츠와 리즈 위더스푼, 뱀파이어 영화 '트와일라잇'의 세계적 청춘스타 로버트 패틴슨이 출연했다.
시사회가 끝난 뒤 각국 기자들은 위더스푼도 패틴슨도 아닌 영화 속 암컷 코끼리 '로지'를 극찬했다. "너무 매력적이었다. 연기도 훌륭하다" "데리고 살고 싶을 만큼 귀여웠다"는 반응이었다. 제목이 암시하는 것처럼 코끼리에 의한, 코끼리를 위한, 코끼리의 영화다.
영화에서 로지의 역할은 서커스단 코끼리다. 1930년대 대공황기의 서커스단이 영화 배경이다. 코넬대에서 수의학을 전공한 제이콥(패틴슨)은 차사고로 부모와 재산을 잃고 떠돌다 우연히 '벤지니 형제 지상 최대의 서커스단' 기차에 올라탄다. 그는 서커스에서 동물을 돌보는 일을 맡게 되고, 서커스 단장 오거스트(왈츠)의 아내이자 동물 곡예사인 말레나(위더스푼)에게 첫눈에 반한다. 변덕이 심하고 포악한 오거스트는 큰돈을 주고 산 코끼리 로지를 학대한다. 말을 듣지 않고 좌충우돌하는 로지를 돌보면서 제이콥과 말레나 사이에서 특별한 감정이 싹튼다.
새러 그루언의 동명소설이 원작. 2007년 '미국 독자가 뽑은 최고의 책'이다. '나는 전설이다' '콘스탄틴' 같은 액션영화를 만들어온 감독 프란시스 로렌스는 "웃음과 눈물을 주는, 감정이 풍부한 영화를 만들어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영화로 옮기면서 원작의 인물이나 에피소드가 많이 빠지는 바람에 주인공들의 감정과 질곡 많은 삶이 밋밋해졌다. 그러나 천막 서커스의 화려하고도 기괴한 분위기와 주·조연들의 뛰어난 연기 덕분에 영화에 몰입하는 게 어렵진 않다.
한국의 10·20대 여성들에게 절대적 인기를 얻고 있는 패틴슨은 눈에 웃음기가 감돌고 양볼이 자주 발그레해지는 '초식남'(초식동물처럼 온순한 남자를 가리키는 신조어)이었다. 피를 빨아먹고 격투를 벌이는 뱀파이어(트와일라잇)보다는 동물을 사랑하고 여자에게 쉽게 다가서지 못하는 이번 영화 배역에 훨씬 잘 어울렸다.
사실상의 주인공인 로지는 본명이 타이(Tai·42)인 아시안 코끼리다. 영화에서 묘사된 것과 달리 술을 좋아하지 않고 사과, 당근과 젤리빈(강낭콩 모양의 젤리)을 잘 먹는다고 한다.
영화에서 로지가 오거스트에게 혼나고 매 맞으며 슬픈 표정을 짓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지만 실제 맞지는 않았다. 조련사인 게리 존슨은 "타이가 슬픈 표정을 지은 건 왈츠가 화난 목소리로 자기에게 명령을 했기 때문"이라며 "'나한테 왜 이러는 거예요'라는 뜻"이라고 했다.
2일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감독과 주연 배우 세 명은 로지를 비롯해 영화에 출연한 동물 얘기를 주로 했다. 로지와 많은 시간을 보냈던 위더스푼와 패틴슨은 로지의 촬영분이 모두 끝난 뒤 울어버렸다고 한다. 위더스푼은 "로지와 언어를 넘어선 감정적 교류를 할 수 있었다"고 했다. 5월 4일 개봉.
[이것이 포인트]
#장면
무더운 날 코끼리 로지가 코로 자신을 묶어놓은 말뚝을 뽑아버린 후 레모네이드를 마시고 제자리로 돌아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딴청을 피운다.
#대사
"이 모든 게 다 눈속임이야."(서커스 단장인 오거스트가 수의사 제이콥에게)
#이런 분들에게 추천
사회생활에 지쳐 인간 이 외의 존재에게 위안을 받고 싶은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