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만세
장리자 지음|송기정 옮김|현암사|536쪽|1만8000원
이 여자, 갈수록 노골적이고 대담하다.
금지된 등려군(鄧麗君)의 노래를 흥얼대더니, 미 제국주의의 언어를 배우고, 공장 작업장에서 섹스를 하고, 하룻밤 만남으로 불법 임신을 하고, 민주화 시위대를 조직해 선봉에 선다. 요즘 얘기가 아니다. 끔찍한 문화대혁명의 광기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던 1970년대 후반과 톈안먼(天安門)사태의 참극이 벌어진 1980년대 후반까지를 관통하며 온몸으로 시대를 헤쳐나온 중국 여성 이야기다. 가녀린 새싹이 어떻게 강철 지붕을 뚫고 올라오는지를 이 책은 실화로 보여준다. 비결은 이기적인 자기애와 삶에 대한 열정이다.
가난에 찌든 집에서 태어나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16세 때 미사일 공장 노동자로 들어간 장리자(張麗佳)는 억압적이고 폐쇄적인 체제 속에서도 자기 정체성을 찾아 용감한 여정에 나선다. 얼굴은 못생겼고 머리는 곱슬이고 키는 작은 그녀가 온갖 억압과 편견을 뚫고 영국 유학길에 오르고 마침내 뉴욕타임스와 뉴스위크에 기고하는 국제 프리랜서 겸 저널리스트로 우뚝서기까지의 과정은 한 편의 드라마 같다.
"뾰족구두와 빨간 립스틱 금지! 바지통은 15㎝ 이상, 22㎝ 이하!"라는 구호가 매일 터져 나오는 공장에서 장리자는 간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개방대학(비정규대학)에 등록하고 BBC 단파 방송으로 영어에 빠져들고 연상의 남성들과 거침없는 사랑을 한다. 뒤에서 '백조가 되고 싶어하는 두꺼비'라고 낄낄대는 비아냥을 그녀는 간단히 무시한다. 공장 작업장 평상에서 첫 경험을 한 뒤 "규정 따윈 개나 줘버려"라며 혼자 싱글벙글 웃는다.
"억압이 있는 곳엔 반항도 있다", "말 잘 듣는다고 훌륭한 사람이 되진 않는다"는 믿음 아래 그녀는 영어, 연애, 시위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삶을 엮는다. 썩는 내가 진동하는 쓰레기장에서 영어를 중얼대고 길거리 영어회화 코너에서 낯모르는 남성들과 거리낌 없이 어울린다. 외국인을 포함해 대여섯명의 남성과 위험한 관계를 쉬지 않고 이어간다. 심지어 공원에서 유부남과 그 일을 하다 적발되기도 한다. 1986년과 1989년 시위에 모두 참가하고, 시위 주모자로 심문을 받을 땐 "시위 조직은 애국적인 행동"이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불 같은 본인의 일생을 담은 책 '중국만세(원제·Socialism is Great)'는 제목과 달리 중국 예찬서가 아니다. 공산당 독재체제를 끔찍이 싫어하며 끊임없이 일탈을 꿈꾸는 얘기인데도 역설적인 제목이 달렸다. 하지만 "개혁과 덩샤오핑이 우리에게 무엇을 해주었느냐"며 저항하면서도 시대 전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이 책은 신중국 여성의 험난한 삶을 보여주는 면에서 '대륙의 딸들(Wild Swans)'과 흡사하지만 훨씬 가볍고 인간 냄새가 짙다. 노골적인 성묘사가 읽기에 어떨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