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법인화에 반대하는 교직원과 학생 300여명이 31일 오후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학교 행정관 4층 복도를 점거하고 오연천 총장의 퇴근을 막았다. 이들은 새벽 4시쯤 농성을 풀었다가 아침에 건물 앞에 다시 모여 오 총장 출근 저지 시위를 했다.

서울대 법인화 법률은 작년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내년 3월엔 '국립대학법인 서울대'가 공식 출범한다. 국회가 법을 다시 폐기하지 않는 한 법인화 자체를 되돌릴 방법은 없다. 그걸 잘 아는 교직원들이 대학본부 점거까지 감행하며 반대하고 있는 것은 신분 변화에 대한 불안 때문이다. 서울대가 법인으로 바뀌면 이들은 신분이 공무원에서 법인직원으로 바뀌어 사립학교법을 준용(準用)받고 연금수령도 사립학교교직원 연금법을 따르게 된다. 기존 근무자들 중 원하는 사람은 현 기준에 맞춰 연봉, 정년, 연금 등을 보장한다는 특례조항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 고용불안을 해소할 수 없다는 게 교직원들의 주장이다.

오랜 세월 공무원으로서 안정과 혜택을 누려온 사람들에게 법인화가 불편할 수는 있다. 교수 한명 채용하는 사소한 인사에서 대학 살림살이, 교육·연구 계획까지 하나하나 정부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지금의 관료 체제로는 경제규모 10위권 국가를 대표한다는 대학이 세계 100위권 언저리에서 빙빙 맴돌고 있는 이 현실을 깰 수 없다. 이사회와 총장, 그리고 스태프들이 강력한 권한과 의무를 함께 지면서 순발력 있게 대학의 장·단기발전계획을 세워 밀어붙이고, 그 성공과 실패에 모두 책임을 지는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으면 안 된다.

국립대가 법인이 되면 주기적으로 경영평가를 받고 그에 따라 차등적인 정부지원을 받게 된다. 의욕적인 대학은 더 발전하고 그렇지 못한 대학은 통폐합이나 퇴출의 길을 걷게 된다. 2004년 89개 국립대를 일시에 법인화한 일본에서는 도쿄대·교토대를 비롯한 상위 15%쯤 우수대학들이 한층 튼튼해지고 경쟁력이 강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립대를 법인화하면 기초학문이 고사(枯死)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으나 초창기부터 법인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는 미국의 UC버클리, 미시간대 같은 주립대학들이 자연과학과 인문학 분야에서 세계 최상위 순위를 차지하고 있는 걸 보면 근거가 희박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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