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식량 부족 실태를 놓고 유엔 세계식량계획(WFP)과 우리 정부 사이에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8일 방한한 세계식량계획(WFP) 대표단은 30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를 찾아 통일부외교통상부 당국자를 잇달아 만났다. 지난 24일 발표한 북한의 식량 상황에 대한 보고서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WFP는 지난 2월 21일부터 3월 11일까지 유엔식량농업기구(FAO)·유엔아동기금(UNICEF)과 함께 북한의 식량 수급 상황에 대한 실태조사를 했다. 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북한의 9개 도(道), 40개 시·군을 방문해 "북한의 식량이 108만6000t 부족할 전망"이라며 "취약 계층 610만명을 위해 43만4000t의 식량 지원이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우리 정부는 즉각 의문을 제기했다. WFP가 작년 11월 보고서를 통해 "북한에 식량 86만7000t이 부족하다"고 추정한 지 불과 넉 달 만에 식량이 21만9000t이나 더 부족해질 만한 상황 변화가 있었다고 믿기 힘들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들은 "북한이 2012년 '강성대국'을 맞이하기 위해 식량을 비축하고 있으면서 추가적인 지원을 바라는 것 아닌가"는 생각을 갖고 있다.

특히 정부가 문제 삼는 대목은 WFP 보고서 18~20쪽에 담긴 북한의 식량 비축량에 관한 부분이다. WFP는 북한 정부 자료를 인용해 북한이 작년 10월 117만9252t의 식량을 비축해 두고 있었지만, 이를 꼭 배급이 필요한 계층에 1인당 하루 360~400g 나눠줄 경우 올해 5월쯤 비축 식량이 바닥난다고 했다. 작년 11월 WFP 보고에는 이런 내용이 들어 있지 않았다. 북한이 WFP에 식량 비축분을 언급한 것 자체가 올 들어 우리 정부가 이 문제를 계속 제기한 데 따른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또 북한의 주장대로 비축미를 일반 주민에게 풀었다면 이번 WFP 실사가 진행 중이던 2월 말~3월 초 비축량이 20만8238~40만9350t 정도로 줄었어야 하는데, 실제 남아 있는 식량이 이 정도뿐인지 확인했다는 언급도 보고서에는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는 30일 WFP 관계자를 만난 자리에서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따졌다. "이번 보고서엔 북한이 비축한 식량이 얼마나 있는지 명시했는데, 왜 작년 11월 보고서엔 이런 내용이 없었나?" "현재 북한에 남아있는 식량이 정말 20만~40만t 수준인지 실물을 확인했나"고 물었다.

WFP는 실제 북한의 비축 식량을 확인했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북한 정부가 자료를 제공했고, 식량 부족량을 계산할 때는 그것을 100% 반영하지 않고 여러 가지 상황을 감안했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이런 WFP의 태도를 놓고 일각에선 WFP 식량조사의 정확성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각국의 대북 지원이 줄어들면서 자금난을 겪어온 WFP가 대북 지원의 시급성을 부각하고, 액수를 늘리고 싶은 유혹에 빠져 북한의 주장을 여과 없이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WFP는 모금액의 7%가량을 기구 활동비 등으로 쓰고 있다고 정부관계자는 전했다.

WFP는 ①작년 8~9월 북한에 비가 많이 왔고 ②60년 만에 가장 길고 추운 겨울을 맞아 겨울 밀·감자·야채 작황이 나빠질 것으로 보이며 ③구제역까지 심했다는 점을 들어 북한의 식량난이 심각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