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민주화 시위가 시리아·요르단을 중심으로 격화되고 있다. 이집트에서 민주화 시위가 성공한 이후 리비아 사태로 주춤했던 중동 시위가 25~26일 이들 국가에서 다시 눈에 띄게 진전된 것이다. 이집트와 시리아·요르단은 1967년 이스라엘과 '6일 전쟁'을 치렀고, 이스라엘과 국경을 맞댄 나라들이다. 미국의 중동평화 구상은 이스라엘과 이 세 나라와의 우호 관계 수립이 중심축이다. 이스라엘은 이집트, 요르단과는 평화협정을 맺었고, 시리아와는 평화협정을 교섭 중이었다. 그러나 이집트의 친미 무바라크가 퇴진한 데 이어, 시리아와 요르단의 내부 정세도 불안해지자 그간 중동평화를 유지해온 '안전핀'이 모두 빠져버릴 상황에 처한 것이다.

시리아, 중동평화 근간 흔드는 뇌관

시리아에서는 25일 반정부 시위대를 향한 보안군의 발포로 이날 하루 25명이 사망, 지난 일주일간 약 200명이 희생됐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은 26일 정치범 260명을 석방하는 등 민심 수습책을 내놨지만 시위는 더 거세지고 있다.

시리아는 중동 갈등의 '뇌관'이다. 시리아는 이란과는 동맹국이며 이스라엘과는 오랜 적대국이다. 1967년 이스라엘은 당시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 테러 응징과 아랍 국가의 공격 기도에 대한 자위를 명분으로 시리아 등 아랍국가들과 '6일 전쟁'을 벌였고, 이후 시리아와 크고 작은 군사적 충돌을 빚었다.

이후 이스라엘은 미국의 지원 아래 시리아와 평화협정을 시도하는 등 가까스로 갈등을 억눌러왔다. 현재의 시위로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퇴진한다면 시리아는 예측불허 상태에 접어든다. 이스라엘 관계는 다시 적대적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 무바라크 퇴진 후 이집트라는 완충지대를 잃은 미국과 이스라엘은 더욱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지게 된다.

중동에서 이란과 시리아는 반미 시아파 벨트를 이루면서, 바레인·사우디아라비아·요르단의 수니파 친미 벨트와 대립해왔다. 이미 이란은 지난달 전함(戰艦) 두 척을 32년 만에 수에즈운하로 통과시켜 시리아의 해군기지에 보낸 적이 있다. 무바라크 하야 이후 이 지역에서 이란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는 걸 과시하려는 조치였다.

왕정 요르단에도 미국·이란 촉각

실업(失業)문제 해결 등을 요구하며 반정부 시위가 석 달째 산발적으로 일어났던 요르단에서는 25일 시위 도중 첫 사망자가 나왔다. 요르단은 미국·이스라엘과 사실상의 동맹이다. 미국은 군사원조를 포함, 요르단에 연간 약 5억~6억달러의 원조를 제공한다. 이스라엘은 요르단과 1994년 평화협정을 맺었다. 팔레스타인 난민의 41%인 157만명이 요르단에 거주하고 있어, 요르단은 난민 문제 해결에서도 이스라엘과 긴밀히 협조해왔다.

요르단은 아랍과 서방의 대화 창구로서 중동평화 정착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따라서 요르단의 친미 왕정이 타격을 받을 경우 이스라엘로서는 또 하나의 안전핀을 잃는 셈이 된다. CBS 방송은 "시리아·요르단의 상황은 이란과 이스라엘·미국이 벌이는 제로섬게임(한 명이 이득을 보면 다른 사람은 손해를 보는 것)과 같은 것"이라면서 "이 때문에 위험천만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한편 무바라크 하야 이후 실권을 쥔 이집트 군부는 이란 군함의 수에즈 운하 통과를 허용하는 등 기존 무바라크의 친미·친이스라엘 외교정책의 변화를 시도하는 움직임이 감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