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 선장이 우리나라에서 1차 진료를 받았더라면 살아남았을지 의문이 듭니다."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 국회보건의료포럼(대표 한나라당 원희목 의원) 주최로 열린 '중증외상센터 문제점 및 발전 방안' 토론회에 참석한 아주대학병원 이국종 교수는 이렇게 말문을 열며 한국의 의료 현실을 꼬집었다. 삼호주얼리호 석해균 선장의 주치의를 맡았던 그는 "대한민국에는 문제점을 논할 외상진료 '체계' 자체가 없다"라고 까지 말했다.

석해균 삼호주얼리호 선장의 총상을 치료한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가 25일 국회 보건복지포럼 주최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 우리나라엔 중증(重症) 외상을 치료할 병원도 거의 없고 치료 시스템조차 갖춰져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석 선장의 소생을 계기로 최근 총격·교통사고·재해 등에 의해 중증(重症) 외상 환자가 발생할 경우 긴급히 이송해 치료할 병원(중증외상센터)이 전국에 6곳 정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현재 기획재정부의 반대에 부딪힌 상태다. 정부 내에서 예산정책을 맡고 있는 기획재정부는 "중증외상센터를 세우는 비용(6000억원)은 큰 데 비해 실익이 적다"며 제동을 걸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이런 입장에 대해 이 교수가 의료계를 대변해 지원사격에 나선 것이다.

그는 "오만 병원 입장에서야 (석 선장이) 익명의 외국인 환자일 뿐인데도 총상을 입은 석 선장은 헬기로 이송돼 1시간 이내 즉시 수술을 받았다"면서 "서울 한복판에서 국적도 이름도 모르는 외국인 노동자가 6군데 총상을 입고 쓰러지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응급 구조원 잘못이 아니라, 중증외상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찾지 못해 우왕좌왕할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제가 근무했던 영국의 로열런던병원은 250년 된 건물에 빗물이 샐 정도로 낡았지만, 울분에 차서 벽에 걸린 엘리자베스 여왕 사진을 깨부수는 환자는 없습니다. 최소한 수술장에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죽는 환자는 없기 때문이죠." 이 교수는 "우리나라는 응급센터만 만들어 놓고 수술할 의사가 없으니 환자들은 응급실에서 마냥 기다리는 병목현상이 생기는 것"이라고 했다.

응급 수술할 의사를 찾아 헤매다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죽는 외상 환자가 33%나 된다는 것이다. 세계 최고 시스템을 갖췄다는 미국 메릴랜드주는 5%, 일본은 10%에 불과하다.

이 교수는 "암, 심장·뇌혈관질환에 이어 우리나라 사망 원인 3위는 외상인데, 외상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너무 없다"면서 "체계적인 중증외상센터가 절실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