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셰틀랜드 포니(약 1m 높이밖에 안 되는 영국산 조랑말)' 두 마리를 마사회에 판 외국인이 얼마 뒤 '말 사진 좀 보내달라'고 요청하더군요. 한국 '보신탕' 얘기를 듣고 자기가 키운 말이 잡아먹혔을까 걱정한 거죠."
한국마사회 김광원(71) 회장은 "한국의 말 산업은 이런 오해를 받을 정도로 척박하다"고 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말 사육 규모는 약 2만8000여두에 불과하다. 920만두를 키우는 미국에 비하면 '큰 목장 하나' 수준이다.
말을 타는 스포츠 수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승마는 작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2개를 땄지만, 올림픽에서는 단 한 개의 메달도 따지 못했다. 국내 경마는 작년 7조5700억원(세계 7위)의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국내 경마에서 우승하는 말들의 1600m 기록은 1분38초대로 외국의 우수 경주마들과 비교하면 6초 이상 뒤진다. 국내 경마를 휩쓰는 말이 세계무대에 가면 90m 이상 뒤처져 들어오는 셈이다.
15~17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 회장은 "주변에서 마사회를 '경마하는 도박회사'로 보는 부정적인 시선이 가장 안타까웠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김 회장은 "앞으로는 사정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최근 국회에서 '말 산업 육성법'이 통과됐기 때문이다. 오는 9월 법안이 시행되면 정부가 5년마다 말 산업 육성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말 산업 전담기관과 전문인력 양성에 나서게 된다. '말 산업 육성'은 김 회장이 2008년 취임 때부터 줄기차게 추진해온 숙원사업이었다.
"처음엔 말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다만 '마사회 하면 경마'를 떠올리는 선입견을 깨고 싶었고, 마사회가 '새로운 비전'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죠."
김 회장은 "말 산업 육성법이 원활히 추진되면 2015년엔 관련 인프라 구축을 위한 건설 부문 일자리까지 포함하면 1만8000여개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잘 키운 말 한 마리를 수출해 수백억원을 벌 수 있다"면서 "말 산업의 경제적 가치와 성장 가능성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의 씨수말 '스톰캣'은 '몸값'이 5000만달러(약 465억원)에 달하고, 교배 1번에 50만달러씩을 받는다. 김 회장은 "미국에선 140만명이 말 덕분에 먹고 산다"면서 "말 3마리당 1개의 일자리가 생긴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말 산업은 고용창출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말 산업이 조속히 뿌리를 내리려면 승마 저변부터 넓혀야 한다"면서 "청소년들이 휴대폰과 게임기 대신 말 고삐를 잡게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마사회는 2009년부터 1회당 3만원 정도의 비용을 지원하면서 일반인 대상 승마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김 회장은 "승마에서 김연아·박태환 같은 스타가 나와야 말 산업 발전도 탄력을 받는다"며 "스타 발굴과 육성에도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