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삼희 논설위원

2009년판 원자력발전백서를 보면 원자력발전소에서 한전에 파는 전기의 단가는 1㎾h당 39원, 석탄발전소는 51원이다. 이것만 보고 원자력을 ‘싼 전기’로 단정하는 건 섣부르다. 원자력엔 요금에 반영되지 않은 비용들이 많다.

우선 사용후핵연료 처리 비용이 그렇다. 사용후핵연료는 지금 원자력발전소 안에 쌓여 있지만 언젠가는 비용을 들여 처리해야 한다. 원자력 전기의 단가엔 당연히 이 비용이 포함돼 있어야 맞다. 원전 운용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은 2009년 방사성폐기물관리법 시행 뒤로는 연(年) 2500억원 정도의 사용후핵연료 처리비를 국가에 내고 있다. 하지만 2008년까지 발생한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할 비용 3조6000억원은 마련해놓지 못했다. 이 돈은 나중에 전기 소비자들 고지서에 추가될 수밖에 없다.

원전 해체철거 비용도 마찬가지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원전의 수명연장은 쉽지 않게 됐다. 당장 금년 상반기 안에 월성1호기의 수명연장 여부를 결정지어야 한다. 원전 해체는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다. 스리마일의 경우 14년이 걸렸다. 황일순 서울대 교수는 원전 1기당 철거해체 비용을 6000억원 이상으로 추산했다. 우리는 1978년 이후 18개월마다 1기씩의 속도로 21기의 원전을 지었다. 앞으로 원전 해체철거가 시작되면 18개월마다 6000억원씩 들여 원전을 철거해야 한다. 한수원이 이를 위해 적립해놓은 돈은 없다. 결국 이 비용도 전기 소비자 고지서에 얹히게 될 것이다.

원전에서 한번 사고가 나면 거대사고가 된다. 그래서 보험회사들은 보상한도액 상한(上限)을 그어놓고 보험 가입을 받았다. 발전소가 입는 재산 피해의 보상 한도액은 사고당 10억달러다. 지역주민 등의 피해에 대해선 한수원이 전적으로 책임지는 손해배상 상한선이 원전단지당 500억원밖에 안 된다. 500억원 이상 5300억원까지는 정부가 피해보상을 부분 지원하고, 5300억원이 넘는 피해는 정부가 다 떠맡게 돼 있다. 큰 사고가 터지면 결국 국민 세금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전기요금 형태는 아니더라도 국민 부담이다.

원전 건설·운용 과정에서 초래되는 사회적 비용도 어마어마하다. 정부는 1986년부터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리장 부지를 찾다가 19년 만인 2005년에야 경주로 낙착을 봤다. 그 사이 안면도(1990년)·부안(2003년)에서 준(準)민란 수준의 혼란을 겪었다. 향후 고준위폐기물 처리장 부지도 구해야 한다. 이런 사회비용 역시 전기요금 고지서에 오르지는 않지만 국민이 짊어져야 하는 부분이다. 이런 부담을 가격으로 따진다면 얼마나 되는 것일까.

원자력엔 단점만 아니라 단점을 상쇄할 수도 있는 장점들도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극히 적고, 대기오염 물질도 거의 배출하지 않는다. 공정한 평가를 하려면 이런 플러스 부분까지 감안해야 한다. 그러나 이 계산은 냉정하고 합리적이기가 힘들다. 원자력 사고는 발생 확률은 ‘0’에 가깝지만 한번 터지면 피해는 측정 불가(不可) 수준이다. 이런 종류의 리스크는 ‘위험 크기×발생 확률’이라는 단순공식으로 풀기 어렵다. 이른바 ‘영-무한대 딜레마(zero-infinity dilemma)’의 전형이다. 예를 들어 수술 의사가 ‘사망 확률이 1000분의 1’이라고 설명했다고 치자. 목숨의 1000분의 1만 떼어내 희생시킬 방법이 없다. 환자는 아무리 확률이 낮아도 죽을 수 있다는 공포를 떨쳐내기 힘들다. 원자력은 국민이 갖는 이런 공포를 어떻게 넘어서느냐가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