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예천군은 지난해 5월 천연기념물 제294호인 소나무 석송령(石松靈)을 '세계 최초로 재산을 보유한 식물'로 기네스 세계기록(Guinness World Records) 등재를 신청한다고 밝혔다. 석송령은 1927년 후손이 없던 주민으로부터 토지를 상속받아 '세금을 내는 소나무'로 유명하다. 예천군은 세계기록 등록 대행 수수료로 한국기록원에 1600만원을 지불했다. 그러나 등록에 실패했고 예산만 낭비한 셈이 됐다.
기네스는 세계 최고·최대·최장·최초 등 다양하고 희귀한 분야의 기록을 인증하는 단체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기네스 인증을 대행하는 기관으로 행세해 온 한국기록원이 기네스 로고 사용료를 받는 등 사기행각을 벌인 게 드러났다.
경기경찰청 제2청 국제범죄수사대는 24일 한국기록원 김모(42) 원장을 구속하고 김씨의 부인인 이모(42) 기록관리실장과 민모(47) 사무총장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기네스 월드 레코드'의 공식 대행사 행세를 하며 '가장 큰 우체통'을 인증받은 광주광역시 광산구 등 3개 자치단체와 기업으로부터 로고 사용료로 5700여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한국기록원은 본사와 계약을 맺지 않아 로고 사용권한을 부여하거나 사용료를 받을 권리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경찰은 밝혔다.
김씨 등은 명함에 '기네스'라고 표기해 본사와 정식 계약을 맺고 등재 신청을 대행하는 것처럼 혼동하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세계기록의 등재를 대행하며 과다한 수수료를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최장 방조제'(새만금사업단), '가장 크고 높은 바닥분수'(부산 사하구), '최대 옹기'(울산 울주군) 등을 등재하면서 많게는 1억8500만원을 받았다. 경찰은 "실제 심사·등록비는 4400파운드(한화 80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당초 한국에도 한국기네스협회가 있었으나 2001년 인증서 남발을 이유로 영국 본사로부터 인증·출판계약을 해지당했다. 김씨는 2005년에 한국기록원을 설립하고, 행정안전부 사단법인으로 등록도 했으나 개인기업처럼 운영해왔다.
이에 대해 한국기록원 관계자는 "등재를 대행한다고 했을 뿐 기네스 한국 공식지사로 사칭한 적이 없다"며 "등록비 800만원도 인건비, 번역비, 출장비, 심판관의 항공료와 숙박비 등을 제외한 기본 비용이기 때문에 과다 징수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