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서울 성북구 보문동 보문사의 대웅전에 침입한 두 명의 괴한이 노린 것은 높이 80㎝ 정도의 석가모니불과 보현보살불 뱃속에 든 '복장(腹藏)유물'이었다. 불상도 가져가지 않았다. 석가모니불상은 경내 으슥한 곳에 버려졌고, 보현보살불상은 범인들이 택시에 태워 절로 돌려보냈다. 복장유물은 불상 속에 넣어 봉인하는 사리나 불경, 유물 등이다. 불교에서 신성시하기 때문에 특별한 일이 없으면 불상의 뱃속을 열어보지 않는다. 이번 사건에서 도난당한 유물이 뭔지 아무도 모르는 이유다.
보문사가 고려 예종(1115년) 때 창건돼 복장유물도 당시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손영문 문화재청 전문위원은 "복장유물은 불상이 단순한 조각이 아닌 생명체임을 상징하는 것이라 그걸 꺼내는 건 불상을 '사불(死佛)'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문화재 전문털이범들은 '복장유물'을 노린다. 불상만 제자리에 두면 도난당한 사실을 알아채기 어렵다. 실제로 서울 봉원사는 1998년 복장유물을 도난당했지만 2001년 범인이 체포되면서 도난 사실을 알게 됐다.
도난당한 복장유물들은 서울 인사동이나 장안동의 골동품점, 최근에는 인터넷 문화재 경매 등을 통해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 이상의 가격으로 유통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장유물은 국보급 보물일 가능성도 크다.
한정호 동국대 박물관 연구원은 "최근에 새롭게 발견된 국보급 경전, 사경 등은 대부분 불상의 뱃속에서 나온 복장유물"이라고 말했다.
유명한 복장유물로는 경북 포항 대성사 금동여래좌상에 들어 있던 '사명대사 친필 원장', 경기도 파주 보광사 불상에서 발견된 '보협인다라니경' 등이 있다. 수감 중인 문화재털이 일인자 서상복(50)씨가 훔쳤다고 주장하는 직지심체요절 상권(上卷)과 금속활자본 불경도 '복장유물'이었다. 프랑스 국립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직지심체요절 하권은 1972년 유네스코에서 세계 최고 금속활자본으로 공인됐다. 만약 상권을 찾는다면 값어치를 따지기 어려운 보물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런 형편이라 복장유물 절도가 끊이지 않는다. 작년 1월에는 대구 수성경찰서가 '복장유물'만 전문적으로 훔친 혐의로 나모(50)씨 등 두 명을 구속했고, 2009년 6월에는 경남 거제 세진암의 '복장유물'을 훔친 문화재 전문털이범들이 검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