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은 2007년 대선 때 동생 김경준씨와 함께 'BBK 의혹'을 폭로했던 재미교포 에리카 김씨를 형사 처벌하지 않기로 했다. 검찰은 에리카 김의 혐의 중 당시 이명박 대선 후보가 투자자문회사인 BBK의 실질 소유주이고 주가 조작에도 관여했다고 허위 사실을 유포한 것은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할 수 없다고 했다. 또 에리카 김이 동생과 짜고 BBK 자금 319억원을 횡령한 혐의는 인정되나 에리카 김의 가담 정도가 가벼워 기소유예했다고 밝혔다.

에리카 김은 이번 수사에서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 후보의 낙선을 위해 노력하면 동생의 수사와 재판에서 정치권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이명박 후보가 주가 조작에 관련됐다는) 허위 사실을 폭로했다"고 시인했다. 에리카 김은 2007년 미국에서 BBK 의혹을 폭로하고 있을 때 민주당 관계자들이 찾아와 귀국할 것을 요청했으나 거절하자 성명서라도 발표해 달라고 했지만 역시 거절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고 한다. 에리카 김의 진술을 종합하면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이명박 후보를 공격했던 자신의 옛말은 모두 거짓이었고, 민주당으로부터는 정치 공작 차원의 회유를 받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검찰은 에리카 김의 횡령 범죄 가담 정도가 가볍다고 했다. 그러나 에리카 김과 동생의 전체 횡령액 319억원 중 에리카 김의 횡령액이 444만달러(약 50억원)임을 감안하면 가담 정도가 가볍다고만 할 수도 없다. 검찰은 2007년 수사 당시 에리카 김이 미국에서 다른 사건에 연루돼 3년의 보호관찰 처분을 받아 귀국하지 못하고 있다며 미국에 범죄인 인도 요청을 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했었다.

그러던 검찰이 범죄인 인도 요청을 하지도 않다가 이제 와선 공소시효가 지났다느니 범죄 가담 정도가 별것 아니라느니 하면서 에리카 김에게 형사 처벌을 면제해 줬으니 야당이 가만있을 리 없다. 민주당은 "김씨의 귀국 초기부터 BBK 의혹에 면죄부를 주려는 정해진 순서의 기획 수사라는 설이 결국 사실로 판명됐다"고 주장했다.

에리카 김은 지난달 25일 한상률 전 국세청장과 하루 간격으로 느닷없이 귀국했다. 두 사람의 갑작스러운 동시 귀국에 어리둥절했던 국민들은 검찰이 에리카 김을 불기소한 데 이어 한씨 사건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자신들의 느낌이 옳았는지 아닌지를 따져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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