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통제실은 매일 오후 10시에 내게 직접 보고하라."

한민구 합참의장은 작년 6월 취임 직후부터 매일 오후 10시 합참 지휘통제팀장(대령급)의 전화 보고를 받는다. 북한 움직임과 우리 군 대비태세, 군 안팎 특이사항 등이 담긴 내용이다. 한 합참의장은 "지휘통제팀장은 어려워하지 말고 언제든 바로 의장에게 전화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한다. 위성통화가 가능한 군 위성 단말기를 갖고 다니는 전담요원이 24시간 합참의장 곁에 붙어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군 수뇌부가 현장의 보고를 즉각 받고, 다시 지시를 내릴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 군은 천안함 폭침 때까지는 이 당연한 일조차 하지 않았었다. 천안함이 북의 어뢰 공격으로 두 동강 나 장병 46명이 숨진 뒤에야 지휘통제팀에서 합참의장에게 매일 직보되는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군 관계자는 "천안함 사건이 내부에서 곪고 있는 상처를 안고 있었던 우리 군의 눈을 뜨게 했다"며 "군과 군인이 전부터 당연히 했었어야 할 일을 천안함을 겪고 난 다음에야 시작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지휘통제실은 우리 군의 작전을 책임지고 있는 합참의 두뇌와 같은 곳이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지휘통제팀장은 적 침투와 교전, 대량 인명사고 발생 등 17개 사항에 대해 합참의장에게 즉각 보고하게 돼 있다. 하지만 천안함 사건 때 이곳은 사실상 기능 정지 상태였다.

천안함이 폭침됐던 지난해 3월 26일, 합참의장은 사건 발생 49분 뒤인 오후 10시 11분에야 첫 상황 보고를 받았다. 국방부 장관은 이보다 3분이 더 늦었다. 합참의 한 영관급 장교가 청와대에 보고한 9시 51분보다 20분 이상 늦었다. 그동안 우리 군 최고 수뇌부는 '완전 공백' 상태에 빠졌다. 이 때문에 청와대와 국방부에서 열린 긴급 회의에도 제시간에 참석하지 못했다. 북이 기습 남침(南侵)할 경우 군 수뇌가 1시간가량 공백 상태였다면 서울을 고스란히 내줬을지도 모른다.

천안함 폭침 당시 합참 지휘통제실 팀장은 합참에 근무하는 모든 대령급 장교가 두세 달에 한 번씩 돌아가며 당직 근무를 하는 방식이었다. 그런 탓에 현안에 대한 감각도 떨어지고 상황 대처 능력이나 책임감도 부족했다. 천안함이 북의 공격을 받던 날 당직 근무자는 전입온 지 얼마 안 되는 공군 대령이었다. 그는 합참의장에게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그는 나중에 "내가 의장에게 이런 상황을 보고해야 하는지 몰랐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합참은 최근에야 지휘통제실의 근무방식을 완전히 바꿨다. 순환근무제를 폐지하고 지휘통제실을 전담하는 전문팀을 편성했다. 대령을 팀장으로 하여 8명으로 구성된 4개 팀이 24시간씩 교대로 근무한다. 팀장은 육군 2명, 해·공군 각 1명이다.

합참의장에 대한 '실시간' 보고를 위해 합참은 주요 보직자에게 2급 비밀을 보고하고 지시할 수 있는 '비화' 휴대전화를 지급했다. 또 천안함 당시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했다 KTX를 타고 서울로 돌아오던 합참의장과 그 일행이 일반 휴대전화만 갖고 있어 합참과 연락이 제대로 안 됐던 일을 막기 위해 군 위성 단말기를 갖고 다니는 전담요원을 합참의장 수행단에 배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