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에서 민주화 시위 바람이 불기 시작한 후 미국사우디아라비아의 동맹관계가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은 "사우디와 바레인이집트처럼 되지 않으려면 정치 개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지만, 사우디는 "정치 개혁은 불안만 가중시킨다"며 미국의 개혁요구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를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왼쪽에서 두 번째) 가족이 20일 코르코바두산(山) 정상에 있는 예수상을 찾았다. 미국이 유엔 연합군 형식으로 리비아 공습에 참여하자, 진보적 성향의 미국 민주당 의원들은 19일 오바마가 의회의 사전승인 없이 군사개입을 결정했다고 비난했다.

미·사우디 간의 갈등은 지난 14일(현지시각) 사우디가 같은 수니파인 바레인 정부를 돕기 위해 1000여명의 군 병력을 투입한 것을 미국이 비판하면서 불거졌다. AFP통신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16일 바레인 수도 마나마의 시위 진압 과정에서 5명이 숨지는 일이 발생하자, 사우디의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국왕에게 전화를 걸어 "바레인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태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도 지난주 미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사우디의 파병이 안보 문제 때문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사우디는 잘못된 방법을 택했다"고 말했다. 사우디가 바레인에 병력을 보내 무력 시위진압을 지원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두 나라 사이의 갈등이 이집트 시위 때 이미 시작됐다고 20일 분석했다. 미국이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을 포기하지 말라는 사우디의 요청을 거절했을 때부터 사우디의 심기가 불편했다는 것이다. NYT는 아랍권 고위 관료의 말을 인용해 "압둘라 국왕은 무바라크 대통령이 하야했을 때부터 오바마의 말에 귀를 기울일 뜻이 없었다"고 전했다. 압둘라 국왕은 최근 클린턴 국무장관과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이 방문하겠다고 하자 아프다는 핑계로 거절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은 사우디에서 캐나다 멕시코 다음으로 많은 원유를 수입하고 있다. 사우디는 중동에서 이란의 영향력 확대를 막아주는 '방파제' 역할도 하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미국이 마냥 사우디를 몰아붙일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