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귀포시 월평마을에서 시작되는 제주올레 8코스. 단일 법당으로는 국내에서 가장 큰 약천사를 지나 조그만 하천인 '선궷내(서 있는 바위굴을 지나는 하천의 제주사투리)'로 들어서자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검게 탄 얼굴에 밝은 미소가 인상적인 서명숙(54) 제주올레 이사장이었다. 서 이사장은 18일부터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국 MICE육성협의회 회의에 참가했던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과 협의회 회원들에게 제주올레길을 안내하는 길이었다. MICE 산업은 회의산업, 인센티브투어, 컨벤션, 전시회산업을 말한다. 서 이사장은 동행자들에게 모험담을 설명하듯 8코스의 특징 등 제주올레와 얽힌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놨다.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이 한국 MICE(전시·회의 산업)육성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과 함께 올레 8코스를 걷고 있다.

"선궷내에서 대포포구로 이어진 길은 수백년 전 우리 조상들이 다니던 길이었습니다. 단지 대포동 마을 사람들 기억에서 잊혀졌을 뿐이었습니다. 마을 주민들 중 나이가 많으신 분들이 이 길을 다녔던 기억이 있다며 소개해 줬습니다. 옛길을 되살린 것입니다."

그는 걷는 도중에 나무 사이로 펼쳐진 바다 풍경을 바라보며 "주상절리(용암이 흐르다가 바다와 만나면서 굳을 때 육각 기둥 모양으로 굳어져 생긴 지형)는 정말 독특하고 예뻐"라고 감탄사를 내뱉기도 했다.

또 제주올레는 손으로 만들어졌다는 것도 강조했다. 걷는 데 흙길, 돌길, 모래길이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소나무와 동백나무를 뒤덮은 덩굴을 하나하나 손으로 걷어내니 동백나무 가지들이 고맙다고 인사하는 게 느껴졌습니다. 낫, 곡괭이 같은 도구들만 써서 주민들이 손으로 직접 길을 만들었어요. 굴착기 같은 중장비를 쓰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행정기관이 일부 구간에 나무 목재와 발판용 돌을 인위적으로 설치한 곳에는 오히려 물이 고여 통행에 불편을 주고 있어요. 올레가 도심에 있는 공원길과 같다면 다른 지방 사람들이 굳이 여기(올레)에 오겠습니까."

제주올레 코스를 개척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닫힌 마음을 여는 것도 어려웠다.

"서귀포시와 제주시를 연결하는 제1코스 만들 때에는 탐사대장이 무려 47번을 다녔을 정도로 코스 개발에 굉장히 오래 시간이 걸렸어요. 일부 마을 주민들은 이웃 마을과 앙금이 있었는지 '이웃 길'을 물어도 입을 열지 않았어요. 10코스를 만들 때까지는 주민들이 '제주올레'에 대해 이해를 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올레꾼이 늘어나고, 한 달 동안 팔아야 했던 아이스크림이 하루에 팔려나갔다는 식의 소문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주민들의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어요. 물론 지금은 마을마다 올레코스를 유치하려고 지나칠 정도로 적극적이에요."

그는 지난해 9월 이후 멈춰 있던 올레길과 새로운 개념의 올레인 '바다올레'에 대한 계획도 밝혔다.

"다음달에는 제주시 옛 도심지인 산지천에서 시작되는 18코스가 조천읍 조천만세동산까지 이어져요. 신촌에서 조천까지 이어지는 해안길은 아마도 제주를 대표하는 곳이 될 것입니다. 이번 여름에 필리핀을 방문했을 때 스킨스쿠버를 익혔어요. 세계 최대 연산호 군락지로 알려진 서귀포 문섬 앞바다에 바닷속 올레길을 여는 데 도전해보려고 합니다."

제8코스의 주요 볼거리인 '해병대길'은 폐쇄된 상태다. 낙석 위험이 있다는 이유다. 해병대길은 해녀들만 다닐 수 있던 울퉁불퉁한 바위길을 제주올레가 해병대의 힘을 빌려 걷기 쉬운 길로 복원했었다.

"해병대길이 생기면서 해녀들이 바다로 드나들기도 한결 수월해졌어요. 현재는 막혀 있지만 반드시 다시 열어야지요. 해병대에 입대한 현빈이 와서 직접 돌을 나르고 바닥을 다진다면 '명품' 코스로 더욱 유명해지겠죠.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