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야마가타(山形)현 요네자와(米澤)의 기온은 영하 3도까지 떨어졌다. 원전사고 피난민을 수용한 시립체육관엔 난방이 들어오지 않았다. 피난민들의 보온 수단은 바닥에 깐 골판지, 집에서 들고온 이불, 자원봉사자들이 나눠준 핫팩이 전부였다. 홀로 이불을 쓰고 있던 74세 여성 노인은 이를 떨고 있었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이날 미야기(宮城)현 다가조(多賀城)시의 한 병원에서 8명이 숨졌다. 고령 환자들이다. 난방을 할 수 없었다. 전날 밤 바깥 기온은 영하 2·5도. 사망자들은 급성폐렴 증상을 보였다.
대지진과 쓰나미로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한 데 이어 대피소에서의 2차 사망이 늘고 있다. 정전, 한파, 물자 부족, 정신적 충격. 체력이 약한 고령자들이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는 것이다. 후쿠시마(福島)현 제1원자력발전소 인근 대피소에 있던 환자 18명은 방사선 누출로 피난하던 도중 숨을 거뒀다. 같은 후쿠시마현 후타바(雙葉)병원과 노인보건시설 입소자 12명도 눈을 뚫고 인근 학교로 이동한 뒤 숨졌다.
일본의 과거 재해 사례를 보면 지진에 따른 먼지·한파로 인한 폐렴, 정신적 충격으로 인한 알코올성 간질환,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가설주택에 고립돼 숨지는 고독사 등 후유증으로 인한 2차 사망자는 장기간에 걸쳐 발생했다. 일본에선 이들을 '관련사(關聯死)'라고 말한다. 1995년 발생한 한신(阪神) 대지진의 경우 사망자 6400여명 중 15%가 재해 이후 발생한 관련사로 집계된다. 2007년 발생한 주에쓰오키(中越沖) 지진은 사망자 40명 중 24명(60%)이 급성폐렴으로 사망한 관련사였다. 가족과 고향을 잃은 충격으로 우울증을 겪다가 자살하는 경우도 많지만 관련사에 포함되지 않는다.
과거 사례를 보면 피난민들이 장기적으로 큰 고통을 겪는 것은 고향을 등지고 정부가 마련한 주택에 뿔뿔이 흩어져 고립되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한신 대지진을 교훈 삼아 재해가 일어났을 때 피해지역의 피난소와 가설주택에 상담사를 보내거나 신문을 배포해 세상과 가교(架橋)를 연결하는 프로그램을 시행해 왔다.
하지만 3·11 대지진은 이런 노력도 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듯하다. 피해지역이 광범위하고 재해를 당한 사람이 많은데다 대부분의 마을이 사실상 완전히 파괴돼 이재민들이 이미 전국 각지로 흩어지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