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먹던 분유를 세 통 챙겨왔지만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떨어지면 또 살 수 있을지 걱정이에요."

15일 일본 야마가타(山形)현 요네자와(米澤)시에 대피 중인 스즈키(鈴木·28)씨의 얼굴에는 곤혹스러운 빛이 역력했다. 후쿠시마현에 살고 있는 스즈키씨 부부는 원전 폭발 사고가 터지자 방사선 공포를 피해 방사성 물질이 바람에 날려가는 방향의 반대쪽인 후쿠시마 북쪽 요네자와로 거처를 옮겼다. 생후 3개월 된 아이가 있는 스즈키씨는 "유아와 어린이가 방사선 오염에 더 약하다고 해서 일단 집을 떠났다"고 말했다.

3·11대지진에 방사선 공포까지 겹치면서 이재민들의 일상이 고통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진과 쓰나미 여파로 인한 물류 마비에다 단전(斷電)·단수(斷水)가 계속되면서 인내심도 바닥나고 있다. 어린이와 환자, 노인이 있는 가족은 걱정이 더 크다.

센다이(仙臺)시 대피소에 머물고 있는 20대 여성은 "아기용 종이 기저귀를 아껴쓰려고 천 기저귀도 가져왔는데 수돗물이 나오지 않으니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여성들은 생리용품을 못 구해 고통받고 있다. 단수로 제대로 씻지 못하는데 대피소에서는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이 모여 있으니 질병에 걸릴 위험도 높다. 일본 언론들은 "세균성 질병이 유행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식량이나 식수마저 부족한 상황이라 손 소독제가 비치된 곳은 일부 대피소에 그치고 있다. 의료 전문가들은 "기회가 생길 때마다 손을 깨끗이 씻는 수밖에 없다"는 정도의 지침밖에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피 기간이 길어지면서 환자나 노인을 위한 의약품 부족이 새로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요네자와 피난소에 머물고 있는 와타베(渡部·85)씨는 "당뇨와 고혈압약을 챙겨오지 못했는데 병원에 갈 수도 없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후쿠시마·이와테(岩手)·미야기(宮城) 등지의 병원에선 이미 의약품 고갈 대란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스스로 거동할 수 없는 중환자나 투석을 하는 신장병 환자처럼 당장 약이 없으면 며칠 버티기 어려운 사람도 많다. 일부 병원은 수술이나 치료에 필요한 물을 확보하기 위해 화장실용 물 공급을 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