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가 정신병력까지 있는 전모씨의 '가짜 장자연 편지'를 진짜로 단정해 보도한 근거는 한 사설 감정업체의 필적(筆跡) 감정 결과다. SBS는 "장자연씨 본인이 작성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공인 전문가에게 필적 감정을 의뢰했고, 장씨 필체가 맞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 필적 감정은 원본이 아니라 복사본(複寫本)을 이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SBS가 필적 감정에 사용한 문건은 장자연씨 폭행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전 소속사 대표 김모(42)씨의 1심 재판기록에 첨부된 50통, 230페이지의 편지 복사본이다. 이 복사본들을 같은 재판기록에 첨부돼 있는 2009년 장자연씨가 연예계 성(性)상납 폭로 내용을 적은 이른바 '장자연 문건' 복사본과 비교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따르면 필적 감정의 기본 원칙은 '원본(原本)과 원본'을 비교하는 것이다. 복사본에는 펜으로 눌러쓴 흔적(필압·筆壓) 등이 나타나지 않아 사실상 감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SBS의 의뢰를 받아 필적 감정을 했던 이희일(49) 국제법과학감정연구소 소장의 감정 소견서에는 '감정자료가 모두 원본이 아닌 사본으로 복사 과정에서 세부 특징이 멸실되거나 변형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보다 정확하고 객관적인 감정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감정 자료 원본 확인이 요망된다'는 단서가 달려있다. SBS는 그러나 지난 6일 첫 보도 이후 닷새 연속 주요 기사로 보도하면서도 이 같은 내용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결국 무리하게 복사본끼리 대조한 필적감정 결과는 틀린 것으로 나타났고, 그 결과 SBS는 대형 오보를 내보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