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먼저 과학벨트를 만들어달라고 했나요? 대통령이 먼저 해준다고 약속해놓고 백지화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충청권 조성 공약 이행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하늘 높이 울렸다. 16일 오후 대전역 서광장 주변에는 과학벨트 충청권 입지를 촉구하는 플래카드가 수십개 내걸렸다. '과학벨트 충청권 입지약속 지켜라', '충청권 우롱하는 거짓정권 규탄한다', '500만 충청인 단결해 과학벨트 지켜내자' 등 한결같이 격앙된 내용이 적혀 있었다. 광장 주변에선 자원봉사자들이 당위성을 알리는 전단을 시민들에게 돌리고 공약 이행을 촉구하는 서명을 받느라 분주했다.
대전과 충남·북 40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범충청권 비상대책위는 오후 3시부터 대전역 서광장에서 3000여명(주최측 추산, 경찰 추산 2000명)이 참석한 가운데 '과학벨트대선공약이행 범충청권 시·도민궐기대회'를 열었다. 3개 시·도지사, 국회의원, 시·도의회 의장, 시민단체 관계자 등 주요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대회사, 투쟁사, 연대사, 결의문 낭독 등의 순서로 진행된 행사에서 참석자들은 '과학벨트 사수' 문구가 적힌 머리띠를 두르고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과학벨트를 충청권에 조성하라"고 소리 높여 외쳤다.
이상덕 비대위 상임공동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이 스스로 공약한 과학벨트 충청권 조성 약속을 백지화한 것은 충청권을 기만한 사기극"이라며 "부당한 결론에 이른다면 정권퇴진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염홍철 대전시장은 "정부가 먼저 과학벨트 입지로 세종시가 가장 적합하다고 발표해 놓고 없던 일로 하자는 게 말이 되느냐"며 "똘똘 뭉치자"고 호소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우리는 이 같은 일이 영·호남에서 있었다면 (정부에) 영·호남에 대한 약속을 지키라고 할 것"이라며 신의 없는 국정운영을 비판했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과학벨트 핵심시설인 중이온가속기 설치 최적지는 지진, 해일 걱정이 없는 세종시"라며 공약 이행을 촉구했다.
집회가 끝난 뒤 참가자들은 대전역에서 중앙로4가를 거쳐 충남도청까지 1.2km를 가두행진한 뒤 집회시작 2시간 만에 자진해산했다.
한편 충남 시장·군수협의회(회장 성무용 천안시장)는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대통령의 공약 백지화 발언 이후 영·호남, 수도권까지 과학벨트 유치경쟁에 뛰어들어 분열과 갈등이 조장되고 있어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약속 번복 사태가 벌어진다면 '제2의 세종시 사태'로 간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충청권은 연구·산업기반, 정주환경, 국내외 접근성, 경제성과 효율성 등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며 "정부는 공약을 지켜 국론분열을 종식시키고 국정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