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에 이은 화재가 도시 전체를 삼킬 기세다. 인구 7만4000여명의 미야기(宮城)현 게센누마(氣仙沼)가 비극의 장소다. 시 전역이 시뻘건 불길에 밤새 타들어가는 장면이 NHK TV로 생중계되면서 공포의 파장은 더욱 커져갔다.

게센누마의 한 시민은 "도시가 불의 바다가 됐다"고 했고, 현지 언론은 "도시 전체가 없어질지 모른다"고 전했다. 하지만 현장 접근이 불가능해 일본 당국도 피해규모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화재는 이날 오후 5시를 좀 넘긴 시각, 항구에 정박해 있던 어선용 연료탱크가 쓰나미로 전복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이 부유물에 옮아 붙으면서 도시 전체로 번진 것이다.

육상자위대 헬리콥터가 화재 현장 상공을 날며 촬영한 화면을 내보내는 현장 중계 중에는 폭발음이 간간이 들려왔다. 시내 한 고등학교 건물은 4층까지 물에 잠겨 교직원 50여 명이 대피하지 못한 채 갇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육상자위대가 찍어 NHK를 통해 내보낸 미야기 현 게센누마시의 화재 장면. 강진에 이어 금요일 밤 시작된 불길은 소방서조차 손쓰지 못하는 대화재로 커졌으며 현지 방송국은 "도시 전체가 불타고 있다"고 보고했다.

미야기현과 이와테현 지역에서는 쓰나미가 밀려들면서 선박과 수백대의 차량·가옥이 휩쓸렸다. 미야기현과 시오가마(鹽釜)시 경계에 있는 석유화학 콤비나트에서도 화재로 대규모 폭발이 일어났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이와테현에서는 가마이시 항구의 다리가 붕괴되고 차량 20여대가 물에 떠다녔다. 이와테현 모리오카(盛岡) 시내는 광범위한 정전으로 신호등이 작동되지 않았고, 곳곳의 건물들이 불길에 휩싸였다.

이와테현 오후나토(大船渡)시 한 양로원에서는 노인 30여명이 행방불명됐다. 현 재해대책본부는 오후나토시 아야리(綾里) 지구에서 중학생 27명을 포함한 48명이 행방불명 상태라고 밝혔다.

이시노마키(石卷)시 앞바다에서는 약 100명이 탄 배가 떠내려갔다.

11일 발생한 강진으로 인해 일부 건물이 붕괴되고 오가나와 원자력 발전소를 비롯해 정유시설·공장 등에선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번 지진의 주요 피해지역인 후쿠시마현 이와키시(市)에서 한 남성이 헬멧을 쓰고 건물이 붕괴된 지역을 지나가고 있다.

후쿠시마현에서는 노인 보호 시설이 붕괴돼 5명이 사망했다. 도치기현 시모쓰케시의 한 시립 중학교에서는 천장 일부가 무너져 학생 1명이 의식을 잃었고 20여명이 부상했다. 지진은 대부분 지역의 전기를 끊었다. 도호쿠지방 3개 현에서 도쿄로 이어지는 지역에서는 약 850만 가구의 전기가 끊겼다.

쓰나미는 일본 전역에 영향을 줬다. 강진 발생 후 일본 정부는 열도 최남단 오키나와부터 최북단 홋카이도까지 쓰나미 경보를 내렸다.

진앙으로부터 380㎞ 떨어진 일본 최대 도시 도쿄(東京)도 혼란에 휩싸였다. 관광명소 도쿄 디즈니랜드 일부가 침수됐지만, 관광객·직원들의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드라마 촬영, 음악프로그램 출연 등을 위해 도쿄에 머물고 있던 인기가수 '2NE1'과 '카라'는 안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방송국이 위치한 도쿄 중심가는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만약의 사고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