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위의 경제 대국인 일본에서 발생한 최악의 지진은 일본 경제는 물론이고 세계 경제에도 '쓰나미급' 충격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가뜩이나 중동(中東) 사태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 유럽 재정위기까지 겹쳐 불안한 세계 경제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본 강진이라는 '복병(伏兵)'을 만나 더욱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직격탄 맞은 글로벌 증시

일본 도호쿠(東北) 지방 부근 해저에서 11일 오후 발생한 규모 8.8의 강진으로 도쿄 증시는 장 막판에 급락했다. 이날 오후 2시 45분쯤 일본 도쿄 증시에서 닛케이 평균은 0.7% 하락하는 정도였는데, 장 마감 직전에 전해진 강진 소식으로 한꺼번에 100포인트 급락했다. 닛케이 평균은 전날보다 179.95포인트(1.72%) 하락한 1만254.43에 장을 마치며 지난달 1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불안정한 흐름을 보였다. 강진 소식 직후 엔화는 16개 주요 통화 대비 약세(환율 상승)를 보이다가 이내 피해복구 작업에 사용될 엔화 수요가 늘 것이라는 전망에 강세(환율 하락)로 돌아섰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증시도 일본 강진 충격에 휘청거렸다. 이날 서울 증시에서 코스피지수는 전날 뉴욕증시 부진으로 온종일 부진했다. 오후 들어 하락폭이 어느 정도 줄었지만, 장 마감(오후 3시) 10여분 전에 전해진 일본 강진 소식에 다시 주저앉았다.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6.04포인트 하락한 1955.54로 장을 마쳤다. 매도세를 보이던 외국인들도 장 마감 직전에 매도 물량을 늘리며 5000억원 넘게 순매도(매도액에서 매수액을 뺀 금액)했다.

중국홍콩 증시는 각각 0.79%와 1.55% 떨어지는 등 아시아 증시가 1% 안팎으로 하락했다. 이날 오후 11시 30분 현재 독일 증시가 1% 넘게 하락하는 등 유럽 증시도 일본 강진 여파를 피해가지 못했다. 전날 경제 지표 부진 등으로 2% 가까이 급락했던 미국 증시는 소폭 하락세로 출발했다가 보합세를 보였다.

세계 경제에도 충격 올 듯

일본의 지진 피해 규모가 정확히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사태가 세계 경제에 어떤 악영향을 미칠지 가늠하기는 어렵다. 일본 현지 공장의 가동이 잠시 멈춘 것이면 괜찮겠지만, 장기화하거나 예상보다 피해 규모가 심각할 경우 세계 경제에도 적지 않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이번 강진으로 큰 타격이 예상되는 자동차·반도체·철강·화학산업 등 일본의 주력업종은 선진국은 물론 개발도상국에도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어 자칫 회복 조짐을 보이던 세계 경제가 재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LG경제연구원 이지평 수석연구위원은 "IT(정보기술) 제품의 경우 일본의 부품, 한국의 반제품, 중국의 완제품 조립으로 이어지는 공급망이 있는데 이게 끊어지면 세계 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중동 사태 등 최근 잇단 돌발 변수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 현상이 심화될 경우 증시와 외환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 있고 실물 경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현대증권 류용석 연구원은 "재산상의 피해에 그치는 게 아니라 산업 전반이 마비되고 금융거래나 생산·물류 시스템이 손상될 경우 전 세계 경제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고 우리나라 증시에도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본의 강진이 과거 지진 사태 때처럼 이른 시일 안에 마무리될 경우에는 일본과 경쟁 관계에 있는 우리나라 반도체·자동차·화학분야 기업들이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또 일본이 피해복구 작업에 나설 경우 우리나라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대우증권 허재환 연구원은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일본 정부가 재정적인 경기 부양책을 쓰게 되면 유동성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부, 긴급비상대책반 구성

기획재정부는 이날 오후 9시 30분 정부 과천청사에서 긴급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일본 강진이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점검했다. 임종룡 기재부 1차관은 "환율변동 등 국제금융시장, 부품수입 등 국내 산업 생산을 면밀히 점검하고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국내 금융시장 대비반을 가동하는 한편, 12일 각 부처를 소집해 경제상황점검회의를 열기로 했다.

한국은행도 24시간 비상점검체제를 가동하고 국내외 금융시장 점검에 들어갔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도 이날부터 비상 금융종합상황반을 가동해 국내외 금융시장을 24시간 모니터링하고, 오는 13일 비상금융합동점검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