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11시 부산 연산동 부산시청 1층 로비 우체국 앞쪽에 투명한 유리가 벽을 대신한 작은 서점이 문을 열었다. '행복한 시민책방'이다. 40㎡ 규모의 아담한 크기지만 한 쪽에 앉아서 책을 볼 수 있는 테이블이 놓여 있고, 인문·과학·예술·문학·역사 등 다양한 분야의 책 5000여권을 갖추었다.

이날 개소식에서 "'행복한 시민책방'은 향토서점 살리기와 부산의 독서문화 발전을 위한 의미 있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한 허남식 부산시장은 박완서의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등 4권의 책을 즉석에서 구입했다. 이어 참석자들도 서점에서 책을 샀고, 부산시서점조합에서는 500권의 책을 시민들에게 무료로 나눠줬다.

나눠준 책 뒤편에는 "행복한 시민책방이 문을 열었습니다. 앞으로 책 구입은 우리 지역 향토 서점을 이용해 주세요!!"라고 쓰인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부산의 '향토 서점 살리기 운동'이 뜨거워지고 있다. '행복한 시민책방' 개점은 신호탄. 부산시·지역 기업·시민단체 등이 전방위 지원에 나서고 서점 특화, 동네 사랑방 등 향토 서점들의 자구책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문우당서점, 동보서적이 폐업한 것을 비롯해 부산에선 해마다 10~20여개의 지역 서점이 문을 닫고 있다. 1997년 580여개던 것이 지난해 240개로 절반이 훨씬 넘게 줄어드는 등 향토 서점은 그야말로 '바람 앞의 등불'처럼 중대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10일 부산시청 로비에 각종 도서 5000여권을 갖춘‘행복한 시민책방’이 문을 열었다. 시민책방은 향토 서점을 살리고 독서에 대한 시민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개점한 시민책방은 작가와의 만남·북 리뷰 등 독서 및 문화행사를 열고, 도서 할인의 날·도서 교환의 날 운영, 최다 구매 고객 인센티브 제공 등 다양한 지원책을 펼쳐 나갈 예정이다. 고객이 책을 오전에 주문하면 오후에 구입이 가능하도록 하는 '맞춤형 당일 판매제'도 도입한다.

강영호 부산시 문화정책담당은 "올해 도시철도에 새로 북카페를 열고, 독서진흥조례를 올 상반기 중에 제정하는 등 적극적 방법으로 향토 서점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은행도 오는 5월 한몫 거든다. 어린이날을 전후한 시기에 부산 사직보조운동장에서 대규모 도서교환전을 열 계획이다. 헌책 3권을 들고 와서 도서상품권을 받거나 헌책 2권을 들고 와서 새책 1권을 받을 수 있다. 부산은행 주업돈 지역문화홍보부 과장은 "행사를 위해 5000권의 신간을 준비할 예정인데 준비된 책 중에 마음에 드는 것이 없으면 도서상품권을 받아 향토 서점에 가서 책을 구입하면 된다"고 말했다.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 부산여성단체협의회 등 부산지역 140개 시민단체들도 '향토 서점 살리기 시민연합'을 결성, 향토 서점 돕기에 뛰어들었다. 이 시민연합은 향토 서점 책사기 범시민 운동, 3사(社)·1서점 결연운동, 부산시 등 각종 단체의 지원대책 촉구 등의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향토 서점 역시 서점을 '동네 사랑방'으로 만드는 등 시민들의 호응을 얻기 위해 안간힘이다. 먼저 서점에서 주민을 위한 문화행사를 개최하기로 했다. 이 행사 프로그램은 지역민들이 원하는 행사가 무엇인지 조사해 정해진다. 고객의 눈높이, 고객의 요구에 맞춘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박상수 부산광역시서점조합장은 "풍수지리가나 꽃꽂이 전문가 등을 초청, 서점마다 지역민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열어 지역 밀착형으로 다가설 것"이라며 "서점에 와서 웃고 즐기고, 수다도 떨 수 있도록 하는 '동네 사랑방' 구실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서점에 자주 오다보면 자연스레 서점에서 책을 사가는 횟수도 늘어날 것이란 예상에 따른 시도다.

부산의 대표서점 중 하나인 서면의 영광도서는 지난해 하반기 서점 3층에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북카페를 오픈한 것을 비롯해 '사진 아카데미', '커피의 거의 모든 것' 등 유익하고 다양한 강좌를 시민들에게 꾸준히 내놓고 있다. 영광도서 서홍석 부장은 "사진 강좌만 하더라도 서울에서 강사를 모시고 오는 것이 쉽지 않다"면서 "그렇지만 서점이 지역 사회의 '문화적 가교' 역할을 해 많은 분들이 서점을 찾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폐업한 문우당서점의 경우 최근 문우당서점의 한 직원이 상호를 승계해 '해양 관련 도서' 등을 특화한 형태로 운영할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대 이제환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독서회나 답사회 운영 등 대형·인터넷 서점은 접근할 수 없는 서비스를 특화시키는 등 향토 서점들의 다양한 자구 노력도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