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실에 따르면 주(駐)상하이 한국 총영사관에 파견된 최소한 5명의 영사들이 중국 여성인 덩(鄧·33)모씨와 '특이한 관계'를 맺었다고 한다.

이 스캔들의 주인공 덩씨를 알고 지낸 한국 외교관들은 모두 "중국 내 고위급에 닿는 확실한 연줄이 있어 무엇을 부탁해도 잘 해결했다"고 말했다.

덩씨와 얼굴을 밀착하고 찍은 사진이 공개된 외교부 소속 P 전 영사는 본지 인터뷰에서 "덩씨가 덩샤오핑과 친·인척 간이란 얘기를 들었고 실제 그만한 실력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한 인사도 "덩샤오핑의 손주뻘 되는 주요 인물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중국 여성 덩모(33)씨는 주(駐)상하이총영사관에서 알게 된 법무부 소속 H(왼쪽) 영사, 외교부 소속 P(오른쪽) 영사와 다정한 포즈를 취할 만큼 가까웠다.

중국인들이 흔히 '관시(關係)'라 부르는 덩씨의 인맥은 고위직 면담 주선부터 세관이나 공안(公安) 관련 문제 해결에까지 통했다고 말한다.

김정기 전 상하이총영사는 "덩씨가 부총리급인 위정셩(兪正聲) 상하이당서기, 장관급인 한정(韓正) 상하이시장과 가깝게 지냈다"고 했다. 신정승 당시 주(駐)중국 대사나 한국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이 상하이를 방문하면 덩씨를 통해 중국 고위공무원과 면담일정을 잡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김 전 총영사는 2008년 11월 상하이총영사관에 머물고 있던 탈북자·국군포로를 동시에 송환하는 절차도 덩씨를 통해 성사됐다고 말했다. 2009년 6월 저장성 원저우(溫州)시에서 한국 투자설명회를 열었을 때도 덩씨가 저장성장(省長)에게 전화를 걸자 곧 원저우시장이 황급히 행사장을 찾아 축사를 했다.

덩씨가 중국 당·정·군·재계 고위층 자녀들인 '태자당(太子黨)'의 한 사람으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을 사석에서 '양아버지'로 부른다는 얘기도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덩씨가 과대 포장된 '정보 브로커'이거나 한국 정보를 중국측에 넘겨주는 사실상의 스파이 역할을 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어 덩씨의 실제 정체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덩씨는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을 만큼 한국어를 유창하게 했고, 한국인 지인도 많았다고 한다. 스스로 "한국의 명문 여대에서 공부한 적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를 '코코'란 애칭으로 부르는 사람도 있었다.

덩씨는 10여년 전 중국에서 일하는 한국인 진모(37)씨와 결혼했다. 그러나 진씨의 현재 주소가 한국인들이 많이 사는 J아파트인 반면, 덩씨는 상하이 다른 구역의 고급 M빌라에 살고 있다. 결혼한 부부가 같은 도시에서 따로 살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덩씨가 BMW 승용차를 몰고 다니면서 자녀들을 1인당 학비 3만달러가 넘는 외국인학교에 보낸다고 말한 점도, 한국 외교관들의 경계심을 흐리게 했다고 한다.

[스파이, 단순 첩보원이 아닌 20세기 역사를 만든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