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형과 친구, 운전기사를 법정관리 기업 관리인·감사에 앉힌 광주지법 파산재판부의 부적절한 법정관리 실태가 드러나면서 여론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법정관리 판사의 권한이 너무 강하고 파산법 등 제도가 허술하다는 구조적인 문제는 전국 법원 어디에나 있는 것인데, 왜 유독 광주지법에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이 사건이 불거지자 광주·전남지역 법조계에선 "터질 일이 터졌다"는 반응이 많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광주·전남지부는 "우리는 이 사건 원인이 제도에 있다기보다는 제도를 운영하는 법관의 윤리의식 부재에 있다고 본다"는 성명까지 냈다. 파산재판부 부장이자 광주지법 수석부장인 선재성(49) 판사는 1990년 판사가 된 이후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낸 2년을 빼고는 모두 광주·전남에서 판사로 일한 대표적 향판(鄕判)이다. 지법 부장, 가정지원장, 순천지원장, 고법 부장, 지법 수석부장 등 엘리트코스를 밟아 왔다. 지역에선 그가 머지않아 법원장에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도 많다.

광주의 한 변호사는 "법정관리제도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선 부장판사를 비롯한 재판부가 '무감각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재판부가 국민 입장에서 한 번만 더 생각했어도 친형을 감사로 선임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그런데 재판부는 '법 위반만 아니라면 이 정도는 재량권에 속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재판부가 업무 효율성만 내세워 '아는 사람, 믿을 수 있는 사람'만 선임해 사회적 통념과는 거리가 먼 선택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법정관리 기업 대표를 지낸 김모(56)씨는 "선 판사는 좋게 보면 소신이 강하지만 때로는 형평성을 잃을 때가 많았다"며 "대주주라도 그에게 잘못 보이면 모든 재산을 빼앗기지만 판사의 재량권이 지나치게 커서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한 40대 변호사는 "(선 부장판사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가진 법조인도 있었겠지만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였다"며 "지역에서 판사나 변호사로 일해야 하는데 법원장까지 할 사람에게 밉보일 일을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선 부장판사는 제기된 논란들에 대해 "회생기업의 효율적 관리·감독을 위해서는 법원이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선임해야 한다. 관리인·감사 선임은 정상적 절차를 거쳤다"며 "금품이 관련된 진정도 있었으나 나와는 관련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