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권 최대 수산업협동조합인 목포수협이 뒤숭숭하다. 지난해 9월 치른 조합장 보궐선거 과정에서 억대의 금품이 살포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선거관리위원회와 경찰, 검찰 등이 차례로 조사와 수사에 나섰기 때문이다.

수협 직원들은 일단 "조합장 선거는 사실상 수협 사무실 밖에서 이뤄지는 일이어서 자세한 내용을 알기 어렵다"며 거리를 두고 있으나, 한 직원은 "경찰 수사관들이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일부 임원과 조합원들을 소환 조사하는 등 지난달 말 이후 분위기가 어수선하다"고 했다.

지난해 전남 목포시 금화동 목포수협공판장. 조기를 구하려는 경매 참여자들이 몰려있다.

전남도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해 선거에서 현 조합장이 2억여원을 살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목포와 영암·무안·함평 등 조합원 2600여명에게 (금품수수 사실에 대해) 자수를 권유하는 서한을 보냈다. 이후 지난달 말 조합원 3명이 20만~220만원을 받았다고 자수했다. 이에 따라 전남도선관위는 지난 2일 이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조합원 4명을 광주지검 목포지청에 고발했다.

조합장 등 8명 고발·입건

이와 별도로 전남지방경찰청도 지난달 말 목포수협 조합장 선거비리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수협 사무실 압수수색과 조합원 소환조사를 거쳐 지난 3일 조합장 선거 당시 선거운동원에게 금품제공을 약속한 조합장 최모(59)씨와 돈을 요구한 조합원 김모(52)씨 등 4명을 입건했다.

최씨는 지난해 9월 실시된 목포수협 조합장선거를 앞두고 상대후보의 선거를 돕던 김씨의 요구를 받아들여, 지지 부탁과 함께 1억2000만원을 제공하기로 약속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들과 함께 입건된 최씨의 아들(33)은 선거 당일 조합원 1명에게 40만원을 준 혐의로, 김모(54)씨는 이를 알선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그러나 최씨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이 사건의 공소시효(6개월)가 오는 15일 끝나게 돼 일단 4일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선관위의 고발과 경찰의 송치를 받은 검찰도 본격 수사에 나섰다.

목포지청은 "자체적으로 수사해온 내용과 선관위·경찰의 고발·송치 자료 등을 바탕으로 혐의를 확인해, 기한 내에 기소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수사는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여서 검찰 수사가 얼마나 충실하게 이뤄질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조합원 3명이 돈을 받았다고 자수했으나, 선관위가 금품제공 혐의로 고발한 4명은 모두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확실한 물증을 잡지 않는 한 혐의 입증이 쉽지 않다. 경찰이 송치한 혐의도, 조합장 최씨가 "그런(돈을 주겠다는) 약속을 한 적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혐의가 인정된다고 해도, 실제로 돈을 준 것이 아니라 '약속'일 뿐이어서 조합장 신분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물론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은 다른 혐의가 입증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우환 잇따라… "조속 매듭을"

목포수협은 서남해 수산업 중심지인 목포와 무안, 함평, 영암, 나주지역 어민 2600여명이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위판고가 860여억원에 달한 위판장을 포함 , 매년 2000억원 이상의 경제사업을 운영한다. 자산은 2600억원에 이르며, 본점과 8개 지점, 2개 지소에 직원 140여명이 일한다.

목포수협은 전임 조합장 김모(63)씨 재직 때부터 조합장 선거를 둘러싸고 일부 조합원들 사이에 법정투쟁이 벌어지는 등 갈등을 빚어왔고, 조합장 김씨의 뇌물수수 문제 등으로 1년 이상 직무대행 체제가 지속되는 등 몸살을 앓아왔다.

김 전 조합장의 사퇴로 지난해 9월 보궐선거가 치러졌고, 현 조합장 당선으로 수협은 정상화되는 듯했다.

하지만 취임 5개월 만에 새 조합장이 선거과정의 금품수수 의혹으로 수사대상이 되는 등 끊임 없는 우환에 시달리고 있다.

수협의 한 중간간부는 "수산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목포권에서 목포수협의 문제는 지역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며 "이번 사건이 하루 빨리 매듭지어져 목포수협이 불명예를 벗고 안정을 되찾기만 기다릴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