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반(反)정부 시위대를 폭력 진압하는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군사 개입'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미국은 27일(현지시각) 유럽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측과 리비아 상공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비행금지구역 설정은 이를 어길 경우 즉각적인 군사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초보적인 단계의 군사개입을 의미한다.

미 정치권 "군사개입" 여론 높아져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27일 "리비아 반정부 세력에 어떤 형태의 지원도 기꺼이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존 매케인(공화·애리조나) 미 상원의원은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비행금지구역 설정으로 카다피의 학살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카다피 정권이 전투기 등을 동원해 반정부 세력의 거점을 파괴하고 대량학살하는 행위를 비행금지구역 설정으로 중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조 리버먼(무소속·코네티컷) 상원의원은 "리비아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고 반정부 시위대에 군사 원조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이탈리아, 리비아 불가침 조약 중단

카다피의 유럽 동맹국이었던 이탈리아는 이날 리비아와 체결한 '불가침 조약'의 효력을 중지한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이탈리아-리비아 우호 조약은 2008년 8월 이탈리아가 식민 지배 보상금으로 50억달러를 지불하는 대신 리비아는 불법 이민자를 단속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 조약에는 "이탈리아는 리비아에 대해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적대적인 군사행동에 호소하지 않는다"는 조항도 포함돼 있다. 이탈리아의 이 같은 움직임은 유사시 국제사회가 리비아에 군사개입을 할 수 있도록 사전 작업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이탈리아가 미군을 통한 '간접적 군사행동'에 동의하려면 리비아와의 불가침 조약이 걸림돌인데 이를 사실상 제거했기 때문이다.

붙잡힌 카다피 용병들… 지난 27일 리비아 동부 마르즈 지역에서 리비아군(軍) 출신 남성이 아프리카 차드 출신 용병으로 추정되는 사내 3명을 붙잡아 감시하고 있다. 리비아 반군 세력이 수도 트리폴리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을 장악한 가운데, 카다피 정부는 아프리카 출신 용병들을 동원해 무자비하게 시위대를 진압하고 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나폴리 주둔 미군·나토군 동원 가능

리비아에 국제사회가 군사개입을 하게 된다면 그 개입 주체는 인근에 주둔 중인 미군과 나토군일 가능성이 크다. 현재 미 해군 제6함대와 미 육군 아프리카군(USARAF)은 이탈리아에 주둔하고 있다. 이탈리아 나폴리에 본부를 둔 미 6함대는 군함 40척, 전투기 175대, 병력 2만1000여명을 보유하고 있다. 미 육군 아프리카군은 이탈리아 북부 비첸차에 본부를 두고 있다. 스페인 마드리드, 포르투갈 리스본, 터키 이즈미르 등 지중해 연안에 사령부를 둔 나토군도 비상 상황에서 리비아 사태 해결을 지원할 수 있다.

영국독일은 26~27일 자국민 구출 과정에서 리비아와 협의 없이 군대를 투입하는 비밀 작전을 펼쳤다. 이는 리비아가 이미 외국 군대의 군사작전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 비행금지구역(No-fly zone)

미국 등 국제사회가 리비아 상공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면 리비아는 자국의 영공이지만 이곳에서 주권을 행사할 수 없다. 비행기가 날 수도 없고, 레이더 추적이나 대공포 발사 등 공격적인 행위도 할 수 없게 된다.

리비아가 이를 위반하고 전투기를 출격시키거나 대공포를 쏘면 국제사회는 리비아를 폭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