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식

어느 날 조간신문에 '폭설과 전투(戰鬪), 군인들 고립된 2000명 구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요즘 우리는 너무나 많은 전쟁과 폭탄에 관한 기사를 접한다. '귀성 전쟁' '범죄와 전쟁' '마약과 전쟁' '물가 잡기 전쟁' '입시 전쟁' 등 모든 게 전쟁이다. '눈 폭탄' '전기료 폭탄' 등 폭탄도 많다. 전쟁이나 폭탄은 살상과 파괴라는 무시무시한 상황을 상상하게 됨에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고 있는 게 문제다.

6·25의 참화를 경험하고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던 연령층에서는 전쟁과 폭탄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 것이다. 6·25 전쟁 중에는 한국을 포함한 유엔군 77만6360명의 고귀한 생명을 잃었으며 베트남 전쟁에서는 한국군 5000여 명이 전사했으며 1만여 명이 전상을 입고 평생을 불편하게 살아가고 있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곧 적을 살상하고 파괴해야 승리할 수 있는 것이 전쟁인 것이다.

폭탄은 또 어떠한가?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은 수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평생을 이상한 병을 앓고, 그들의 자식들에게도 씻을 수 없는 앙금을 남겨줬다. 작년 11월 23일 북의 연평도 포격도발 때 작은 포탄에도 한 마을이 초토화됐던 것을 우리는 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탄이라는 용어를 스스럼없이 쓰고 있다. 눈이 조금 많이 왔다고 '눈 폭탄'으로 비유해도 되겠는가? 생각해 볼 일이다.

우리가 전쟁이니 폭탄이니 하는 용어를 가려 써야 하는 것은 일반 시민들은 물론,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전쟁 불감증, 폭탄 불감증을 갖게 할까 봐 그것이 두렵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전쟁을 억제하기 위해, 나라의 안녕을 지키기 위해 국가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해 본들 눈보라 정도의 폭탄을 두려워하겠으며, 범죄인을 잡을 정도의 전쟁이라면 과연 두려워하겠는가? 이러한 의식을 가진다면 안보를 아무리 강조해도 허사일 수밖에 없어 그것이 걱정스럽다는 것이다.

매사에 피해를 알고 두려움을 알아야 이를 대비하고 준비를 하게 되는 것인바 ‘총력을 기울인다’ 대신에 ‘전쟁을 선포한다’는 것이나, 조금 과다하면 ‘폭탄’이라고 쓰는 상투적 표현은 가려 써야 하겠다. ‘눈 폭탄’ 때문이 아닌 ‘큰 눈이 내려 지붕이 내려앉았다’고 쓰면 어떨까? 청룡부대원으로 베트남전에서 전상을 입은 필자로서는 걱정이 앞서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