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의 대(對)리비아 압박이 연일 강경해지고 있다. 유엔 안보리가 26일(현지시각) 채택한 제재 결의안은 '군사 개입'을 제외한 모든 조치를 망라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카다피는 떠나라"고 촉구한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하지만 이미 광기(狂氣) 수준의 학살을 벌이고 있는 카다피가 이런 경제·외교 제재에 굴복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의 군사개입 논의가 여러 현실적인 한계에도 불구하고 계속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외교 '최대치' 제재
안보리가 이날 만장일치로 채택한 리비아 제재 결의안의 골자는 '무기 금수(arms embargo)', '여행 제한(travel ban)', '자산 동결(asset freeze)' 등이다. 유엔 회원국들에 무기와 화력, 군용 차량, 장비 등 군수품 일체와 관련 기술을 공급·판매 또는 제공하지 않도록 했다. 또 카다피 가족과 유혈진압 과정에 개입한 군·정보기관 고위 관리 등 16명에 대한 여행금지 조치와 카다피 본인과 자녀 등 6명에 대한 자산 동결 조치가 포함됐다.
이러한 제재는 북한의 2차 핵실험 후 채택됐던 대북제재결의 1874호와 내용이 거의 흡사하다.
오바마가 카다피의 즉각 퇴진을 공개 요구한 것도 압박수위를 한 차원 높인 것이다. 미국은 그동안 일련의 중동 민주화 시위 과정에서 특정 지도자의 퇴진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지도자 퇴진 여부는 당사자와 해당 국민이 결정할 일이지 미국이 요구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는 원칙을 고수했던 것이다. 하지만 리비아 정부의 진압이 학살 수준에 이르면서 오바마는 안팎에서 "대응이 너무 미지근하다"는 비판에 시달렸고, 결국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전화통화 내용'을 전하는 다소 애매한 형식을 통해 '퇴진 요구'를 하기에 이르렀다.
◆'군사개입' 목소리도 높아져
이 같은 제재에도 불구하고 '군사개입'에 대한 목소리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현재 카다피의 상태를 보면 경제·외교 제재에 압박을 느껴 무력 사용을 자제할 시점은 이미 지났다는 것이다. "카다피는 살해당하거나 또는 자살하기 전까지는 끝까지 버틸 것"(이브라힘 다바시 유엔주재 리비아 부대사)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사무총장이 25일 북대서양이사회(NAC)를 긴급 소집해 "NAC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자 유엔 등과 계속해서 협의할 것"이라고 한 뒤에는 '유엔 안보리의 위임이 있을 경우 나토가 군사적으로 리비아 사태에 개입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안보리는 이날 "아직까지 군사개입에 대해서는 어떠한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리비아 영공에 '비행금지 구역'을 설정하는 초보적인 군사조치도 결의안에 포함시키지 못했다. 안보리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도 군사개입 논의는 매우 꺼리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