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보다 어려웠던 1승이었다. 캘텍(캘리포니아 공과대학)이 23일 열린 NCAA(미 대학체육협회) 농구 3부 리그 경기에서 옥시덴탈 칼리지를 46대45로 물리치고 310연패의 사슬을 끊었다.

캘텍은 NCAA 3부 리그의 45개 지구 중 하나인 SCIAC(남캘리포니아 대학체육 지구)에 속한 팀. SCIAC는 1915년 만들어졌으며, 8개 팀이 가입되어 있다. 캘텍은 1985년부터 26년간 같은 지구의 3부 리그 팀들과 맞붙어 310연패를 당하다 드디어 값진 1승을 거둔 것이다. 이 학교 동문이나 교수 31명이 1923년부터 2005년까지 82년간 32번 노벨상을 탔으니, 농구 1승의 의미가 어느 정도였는지 와 닿는다.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의 본교에 있는 홈 경기장을 찾은 관중 387명은 승리를 알리는 종료 신호음이 울리는 순간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며 코트로 뛰어들어가 선수들을 얼싸안았다. 24일까지 캘텍의 인터넷 홈페이지(www.caltech.edu) 첫 페이지엔 '연패 깨지다! (streak broken!)'는 제목의 농구팀 승전보가 제일 위에 걸려 있었다. 뉴질랜드 지진을 다룬 지진학자의 글이 두 번째 뉴스였다.

◆잠잘 시간도 모자란 수재들

캘텍 비버스(Beavers)는 그동안 전력이 약할 수밖에 없었다. 스포츠 특기생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현재 선수 12명 중 절반 정도만 고교 농구팀에서 뛰어본 경험이 있다. 그 중 컴퓨터공학이 전공인 라이언 엘름퀴스트(195㎝·4학년)가 에이스였다. 그는 45-45이던 종료 3초 전 상대 반칙으로 얻은 자유투 두 개 중 하나를 꽂아 결승점을 올렸다. 엘름퀴스트는 양팀 통틀어 가장 많은 23점을 넣었는데, 15점이 자유투(19개 시도) 득점이었다. 그나마 야투율은 19%에 불과했다. 하지만 엘름퀴스트는 졸업 후 구글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기로 되어 있다. 이날 10점을 넣은 1학년 토드 크레이머는 고교 시절 로봇 동아리 회장을 했다. 이들은 평소 하루에 4~5시간만 잠을 자며 공부에 열중하면서도 틈을 내 운동을 해 왔다. '역사적인 승리'를 하고 나서도 축하파티 대신 밤샘 공부를 한 선수들이 태반이었다고 한다.

브라운체육관을 메운 캘텍 응원단 387명에겐‘광란의 1승’이었다. 캘텍은 경기 다음날 코트를 즉석 기자회견장으로 바꿨다.‘46대45’로 표시된 전광판을 켠 채 인터뷰를 진행했다.

◆감독도 선수 출신 '박사'

3년 전 캘텍 사령탑으로 부임한 올리버 에슬링어(36) 감독은 매사추세츠주에 있는 클라크대학에서 포인트 가드로 뛰었던 선수 출신이다. 운동을 그만두고 나선 공부를 선택, 2002년 보스턴대학에서 스포츠 심리와 상담으로 박사 학위를 땄다. 박사 학위 논문은 '경기력이 높고 낮은 대학 농구 선수들의 심상(mental imagery·마음속으로 그려내기) 능력'이었다고 한다. 에슬링어 감독은 캘텍으로 오기 전 캘텍의 '라이벌'인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코치로 6년을 지내며 실기와 이론을 확실히 접목했다. 캘텍이 옥시덴탈 칼리지를 이기자 에슬링어 감독에겐 역사적인 승리를 축하하는 이메일이 폭주해 컴퓨터 구동이 늦어질 정도였다고 한다. 그는 뉴욕타임스에 "챔피언전 분위기였다"면서 "우리의 목표는 1승이 아니었다. 리그 우승을 비전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캘텍 스토리’는 뉴욕 타임스와 LA 타임스 등 유력 일간지에 소개될 만큼 화제였다. 캘텍 농구팀 12명 중 2명은 중국계(10번 왕즈잉·11번 왕판)다.

◆대통령이 다닌 학교를 이겼다

캘텍은 옥시덴탈 칼리지를 이기면서 시즌을 마쳤다. 지역 3부 리그(SCIAC)에 속한 팀들과는 1승13패였고 3부 리그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인근 팀들과는 4승7패를 기록했다. 캘텍의 제물이 된 옥시덴탈 칼리지(4년제)는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1979년부터 2년간 다녔던 학교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후 컬럼비아 대학으로 옮겨 정치학을 공부했다. 1887년 설립된 옥시덴탈 칼리지는 학부 중심 대학으로는 명문으로 꼽힌다. 객관적인 농구팀 전력은 캘텍보다 나은 편이다. 지난달 맞대결에서 10점 차이로 캘텍을 이겼고 이번 시즌 지역 3부 리그에서 6승8패를 했다.

캘텍 농구팀이 310연패를 끊으면서 학생과 동문의 관심은 이 학교 야구팀으로 옮겨갈 전망이다. 야구팀은 3부리그 팀과의 경기에서 1988년부터 412연패를 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