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낮 12시 51분(현지시각) 뉴질랜드 남섬 크라이스트처치시에서 발생한 규모 6.3의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최소 75명에 이른다고 23일 뉴질랜드 당국이 밝혔다. 하지만 아직도 약 300명이 실종 상태인 것으로 집계돼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뉴질랜드 당국은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실종자 가운데엔 한국인 유학생 남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모(24)씨와 여동생(21)은 지난 1월 11일 뉴질랜드로 출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 남매는 각각 다른 가정에 머물며 현지 어학원 '킹스 에듀케이션(King's Education)'에서 영어를 배우고 있었다. 김유한 영사협력관은 "여동생이 홈스테이했던 집의 주인 등을 통해 이들이 지진이 나던 날 학원에 간 뒤 연락이 끊겼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 어학원은 현재 유씨 남매가 갇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캔터베리TV(CTV)빌딩 안에 있었다. CTV 빌딩은 크라이스트처치 중심가 마드라스스트리트 249번지에 위치한 6층 건물이다. 이곳에는 지역 방송국인 CTV와 실종된 유학생들이 다녔던 킹스에듀케이션 등이 입주해 있었다. CTV 관계자도 약 15명이 갇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지 언론인 뉴질랜드헤럴드는 경찰관계자를 인용해 이곳에 갇혀 있는 사람이 80명에서 최대 100명 이상이 될 것이라고 보도해 사실상 이곳이 이번지진의 최대 피해지역이 될 전망이다.

건물이 붕괴해 어학원에 있던 학원생 관련 서류도 사라진 상태다. 현재 학원측은 홈페이지에 "이 학원에 다닌 학생들이 현재 어떤 상황인지 알고 있는 분들은 전화나 이메일로 연락해주기를 바란다"는 게시물을 올려놓은 상태다. 한 현지 교민은 "이 학원은 간호사 양성과정이 중심이었고, 전체 학생 수가 120여명 정도 됐다"고 했다. 또 "주로 일본과 사우디아라비아 유학생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주(駐)뉴질랜드 대사관 우석동 영사는 "현재까지는 이번에 실종된 한국인 남매 외에 신변에 이상이 생긴 유학생이나 한인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뉴질랜드 당국은 23일 오후 "생존자가 더 있을 가능성이 없다"며 CTV빌딩 잔해에 대한 수색작업을 중단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일본 대사관측의 요청으로 이날 오후 9시쯤(현지시각)부터 수색작업을 재개했다.

한편 전날 한국인 여행객 2명이 계단 붕괴로 갇혀 있다 탈출한 그랜드챈슬러호텔은 현재 동쪽으로 1m 정도 기울어 있어 조만간 무너질 가능성이 몹시 큰 것으로 현지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