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에서 영어 강의의 문제점이 드러나는 가운데 한편으로는 보다 적극적으로 영어 공용화(公用化)를 추진하는 대학들도 있다. 그 선두에 선 곳은 국내 유수의 이공계 캠퍼스들이다. 포스텍(포항공대)은 지난해 2월 캠퍼스 내 영어 사용을 원칙으로 하겠다는 '영어 공용화 선언'을 했다. 많은 국내 대학들이 추진하고 있는 영어 강의를 뛰어넘어 논문과 교수회의, 세미나, 행정 문서에서 학내 게시물에 이르기까지 영어를 쓰도록 하겠다는 파격적인 내용이었다.

대학의 글로벌화를 위해서는 외국 교수나 학생이 와서 불편 없이 지낼 수 있어야 한다는 이유였다. 포스텍은 '2013년까지 영어 공용화 캠퍼스를 완성하겠다'는 목표로 계속 공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2009년 개교한 울산과기대도 영어 공용화 대열에 동참한 대학이다. 이미 강의실과 연구실에선 영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행정 부서와 학교생활 전반에 걸쳐서도 영어를 쓰도록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 학교 학생들은 수강 신청과 중간·기말고사, 교수 강의 평가까지도 영어로 한다. 광주과기원(GIST)도 지난해 처음 입학한 학부 100명 전원을 대상으로 영어 공용화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들 대학 일부에서는 공문서 작성시간이 늘어나는 등의 문제점도 노출됐고, 영어 회의가 철저히 지켜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