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시위 사태가 '내전(內戰)'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시위대는 동부 제2의 도시 벵가지, 카다피 국가원수의 고향인 지중해 연안도시 시르테를 점령했고, 수도 트리폴리에서도 21일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고 AP·AFP·로이터 등 주요 외신들이 보도했다.

1969년 집권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카다피 정권은 인터넷 등 모든 통신을 차단하고 용병까지 투입하면서 시위를 강경진압하고 있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수도 트리폴리까지 시위 확산

카다피의 근거지인 수도 트리폴리에서는 21일 시위대가 시위 상황을 전혀 보도하지 않고 있는 국영 방송사 2곳과 관공서를 습격하고 인민위원회와 내무부가 있는 정부청사에 불을 질렀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카다피의 둘째 아들 소유인 방송사 2곳은 한때 방송이 중단됐다. 수도 트리폴리의 시위는 20일부터 시작됐다. 이날 밤 시내 중심가 '녹색 광장'에 모인 시위대는 진압경찰과 충돌해 경찰 무기를 탈취하고 도로를 점거했다. 트리폴리의 한 주민은 20일 밤 "체인과 쇠파이프, 칼 등을 든 청년들이 무장경찰과 충돌했다"고 뉴욕타임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밝혔다. 정유시설이 집중된 지중해 연안 도시 라스 라누프에서도 21일 시위가 발생했다. 박격포와 무장헬기 등을 동원한 유혈진압으로 지금까지 사망자는 300~4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카다피 출국설, 아들들 간 '왕자의 난' 발생설 등 확인되지 않는 보도도 이어지고 있다.

시위대, 제2도시 벵가지 장악… 일부 군 가담

시위대의 주요 근거지인 벵가지는 반정부 시위대가 도시 통제권을 장악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군이 탱크를 내주는 등 시위대에 가담했다. 한 시위 참가자는 "이 총소리가 들리는가. (점령을) 축하하는 총소리"라고 뉴욕타임스에 전했다. 리비아에서 가장 강력한 부족인 와팔라 부족이 카다피에 등을 돌렸다는 징후도 포착되고 있다. 부족의 한 지도자는 알자지라 방송에 나와 "시민들에게 총질을 그만두라. 카다피가 권력을 내놓을 때"라고 말했다. 벵가지 지역 반체제 변호사 파티 테르빌은 20일부터 벵가지 법원 옥상에 방송시설을 설치하고 "자유 리비아여, 영원하라. 우리는 나라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다"는 내용의 반정부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무차별 강경진압… 용병 투입설(說)도

리비아는 지난 17일쯤 국내 인터넷을 완전히 차단했다. 현재 리비아 국내에는 단 한 명의 외신기자도 없는 상태다. 존 윌리엄스 영국 BBC 국제뉴스 에디터는 20일 "현재 리비아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독자적으로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카다피 정권이 외부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강경 진압을 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리비아 당국이 시위 진압을 위해 중앙아프리카 용병들을 투입하고 있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한 리비아 언론인은 "차드 같은 나라에서 살인청부업자들이 들어오고 있다. 이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 공포의 대상"이라고 말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