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에서 민주화운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가장 낮은 나라로 꼽히던 사우디아라비아가 긴장하고 있다. 튀니지이집트발 반정부 시위 바람이 리비아·예멘·바레인 등으로 확산되면서 이젠 사우디아라비아의 코앞까지 불어닥쳤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요양 중인 압둘라 국왕이 이번 주 귀국하면 정치개혁 등 일부 유화 정책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사우디가 처한 다급한 상황을 반영한다.

뉴욕타임스는 19일 그동안 사우디에서 민주화 시위가 일어날 가능성이 낮다고 봤던 이유로 '막대한 석유 자원, 강력한 종교지배층, 왕의 인기' 등을 들었다. 그러나 이집트 민주화 시위로 사우디의 가장 가까운 동맹이었던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하야하자 이런 요인들도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사우디 왕가에선 "미국이 더 이상 확실한 후원자 역할을 해주지 못할 것"이란 불안감이 커지기 시작했다.

사우디의 불안은 특히 미국이 민주화 확산이라는 반정부 시위의 '명분'과 중동 정세 안정이라는 '실리' 사이에서 확실한 입장을 보이지 않아 더 커지고 있다.

사우디 국내 사정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못 된다. 10%를 넘는 실업률과 물가 상승, 빈부격차 등은 이집트보다 덜하긴 하지만 시위 가능성에서 자유롭다고는 할 수 없다.

사우디와 미국은 '밀접'을 넘어 '특수한' 관계다. 사우디는 미국의 오랜 동맹으로 아랍권에서 미국이 이란과 맞서고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는 데 가장 중요한 파트너였다.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가진 산유국 사우디는 미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10% 이상을 공급한다. 사우디는 미국 군수산업의 주요 고객이기도 하다. 지난 1951년부터 2006년까지 미국이 사우디에 판매한 군수품은 800억달러 이상으로 비슷한 기간 이스라엘에 판매한 536억달러보다도 훨씬 많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민주화 수준은 지난해 이코노미스트지의 평가에서 167개국 중 160위란 평가를 받았을 정도로 낮다. 그러나 미국과 사우디 간의 특수한 이해관계 때문에 지금까지 사우디에 민주화를 요구한 미국 대통령은 한 명도 없었다.

사우디는 지난 14일부터 시위가 확산되고 있는 바레인 사태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20일엔 성명을 내고 "바레인의 반정부 시위대는 자제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사우디와 바레인은 같은 수니파 정권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바레인은 전체 인구의 70%가량인 시아파를 수니파인 알칼리파 가문이 40년가량 지배하면서 시아파 국민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반면 이란은 시아파가 지배하고 있다. 이란은 바레인의 시위를 부추기고, 사우디는 극도로 경계하는 건 이 때문이다. 현재 사우디에서 일어나는 소규모 시위도 시아파와 관련이 있다. 지난 17일(현지시각) 사우디 시아파 무슬림들이 바레인과 인접한 동부 다란 지역의 아와미야에서 시아파 수감자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 관련 보도가 나오자 중동 두바이유는 17일 당장 전일 대비 배럴당 1.53달러 오른 99.56달러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