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 높은 인터넷 검열이 일상화돼 있는 중국 내에서 미니블로그가 새로운 정치의 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잇따른 고위 관료들의 부패 추문에 대한 비판은 물론, 언론 자유와 보통선거, 사법부 독립 등 중국 당국이 금기시하는 민주화 요구까지 거침없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트위터(twitter) 접속을 차단하는 등 이 부문에서도 검열에 나섰지만, 하반기 이후에는 어느 정도 자유를 허용하고 있다. 140자로 분량이 제한된 미니블로그까지 차단하면 음성적 불만이 더 커질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전인대(全人大) 앞두고 블로그로 의견수렴도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최근 중국 내에서 분출되는 지나친 사회적 불만을 경계하는 사설을 게재한 지난 16일, '중국판 트위터'인 시나닷컴(新浪網)의 미니블로그(중국명 微博)에는 지식인들의 반박 글이 빗발쳤다.

상하이 지역 한 대학의 교수는 "이런 글(인민일보 사설)은 안 쓰느니만 못하다"고 했고, 광둥(廣東) 지역의 한 젊은 네티즌은 "공정한 사회 없이는 사회주의가 아니라 노예주의다. 인민일보가 마르크시즘을 이해하기나 하느냐"며 분노를 터뜨렸다.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우리의 국회 격) 대표이기도 한, 중국 대형 가전업체 TCL의 리둥성(李東生) 회장은 지난 15일부터 자신의 미니블로그에서 이번 전인대에서 제기할 문제에 관한 네티즌들의 의견을 받고 있다.

리 회장은 "부동산 가격 급등, 부실한 사회보장 체계, 교육·의료서비스 문제, 세제 개혁 등에 관해 기탄없이 의견을 내달라"고 주문했다.

'중국판 트위터' 인구 7500만명

중국 내 미니블로그의 대표격인 시나닷컴 미니블로그는 지난해 10월 말 현재 가입자가 5000만명을 넘어섰다. 다른 미니블로그까지 합치면 이용 인구는 총 7500만명가량에 이른다.

미니블로그는 지난해 허베이(河北)성 바오딩(保定)시 베이스(北市)구 공안국 부국장 리강(李剛)의 아들 리치밍(李啓銘·23)이 음주 뺑소니 사망사고를 냈을 당시 정치적 파워를 발휘했다.

리치밍은 대학캠퍼스 안에서 음주 운전을 하다 두 명의 여대생을 친 뒤 달아나다 경비원에게 붙잡히자 "우리 아빠가 리강이야"라고 말해 관료 특권층에 대한 분노를 촉발시켰다. 자칫 인터넷 검열을 통해 묻힐 수도 있었던 이 사건은 미니블로그를 통해 전국적으로 알려졌다.

중 정부, 검색 기능 제한하기도

미니블로그의 영향력이 커지자 중국 지방정부와 전직 고위관료들도 미니블로그에 참여하고 있다. 주중 미국 대사관과 일본 대사관 등 중국 내 외교공관들도 미니블로그를 열고 있다.

중국 정부의 태도는 이중적이다. 블로그에 올린 글에 대해서는 검열을 최대한 줄이면서도 검색 기능은 제한해 네티즌들의 불만이 응집되는 것을 막고 있다. 최근 이집트 민주화 요구 시위에 관한 글은 블로그 내 검색이 철저히 차단됐다. 인권·시위·삼권분립 등 민감한 용어나 중국 고위지도층 인사의 이름 등을 입력해도 '법규에 의해 검색이 제한된다'는 메시지가 올라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 "정보 공유와 살아 있는 토론의 최전선으로서 중국 내 미니블로그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면서 "미니블로그가 중국 내 정보와 미디어 통제에 관한 새로운 전쟁터가 됐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