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춘 전 서울서부지검장.

결국 수사 지휘 때문이었나.

남기춘 전 검사장이 울산지검장과 서울서부지검장 때 수사를 하며 이귀남 법무장관의 '수사 지휘'를 연거푸 거부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남 전 검사장의 사퇴가 법무부와의 갈등 때문이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남 전 검사장은 지난달 28일 고검장 인사를 앞두고 사표를 냈다. 남 전 검사장은 사표 제출 직후 검찰 내부 통신망에 올린 글에선 구체적인 사유를 밝히지 않은 채 '이제 떠나야 할 때'라고만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한화그룹 비자금 수사에 대해 '밀어붙이기식 수사'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문책 인사가 있을 것이라는 설(說)이 돌자 자존심이 강한 그가 사표를 던졌을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남 전 검사장과 가까운 검찰 간부들은 그의 사표 제출은 자존심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말한다.

복수의 검찰 관계자는 "남 전 검사장이 사표를 결심한 것은 인사 얘기가 나오기 한참 전부터"라고 말했다. 검찰 인사에선 남 전 검사장이 포함되지 않는 쪽으로 결론이 났지만 그는 그런 사실을 미리 알고서도 '사표 제출을 서둘러야겠다'는 식의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 전 검사장 주변에선 오히려 그가 울산지검장 시절인 지난해 한나라당 관계자들의 선거법 위반사건 수사 지휘 거부로 한 차례 이 장관과 갈등을 빚은 데 이어 한화 비자금 사건에서도 같은 일이 되풀이되자 '항의' 표시로 사표를 낸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남 전 검사장이 지휘한 한화사건 수사팀은 장관의 수사 지휘에 상당한 압박을 느꼈고, '법무부가 부당하게 수사에 간섭한다'는 불만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17일 이귀남 장관이 한화 수사에 불법적인 수사 지휘를 한 사실이 알려지자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도 장관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올 초부터 법무부를 중심으로 '남기춘은 (수사 일선에서) 빠질 것'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았는데, 결국 남 전 검사장이 수사 지휘를 거부하자 벌을 주려 했던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일선 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인사권을 쥔 법무장관의 부당한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고 해서 불이익을 주려 했다면 어떤 검사가 소신껏 수사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다른 부장검사는 "검찰 출신도 이런데 만약 정치인 장관이 들어선다면 검찰의 중립성은 어떻게 되겠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