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생일인 2월 16일 아침, 북한 어린이들은 집에 걸린 김일성·김정일 초상화 앞에 모인다. 김정일 생일은 북에서 김일성 생일(4월 15일), 김정일 생모 김정숙 생일(12월 24일)과 함께 가장 큰 명절이다. 아이들은 미리 배급받은 사탕 봉지에 자꾸 눈이 가고 침이 넘어가도 충성 서약부터 해야 입에 댈 수 있다. 그러나 김일성 부자 생일에 모처럼 배급 나온 쌀과 고깃국으로 주린 배를 채우던 기억도 1996년 '고난의 행군' 이후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북의 명절은 '사회주의 명절'과 '민족 명절'로 나뉜다. 사회주의 명절은 김 부자 생일을 비롯해 부녀절(3·8), 인민군창건일(4·25), 노동자절(5·1), 조국해방전쟁 승전일(7·27), 해방기념일(8·15), 정권창건일(9·9), 당창건일(10·10), 헌법절(12·27)이다. 민족명절로는 양력설, 음력설, 정월대보름(음력 1·15), 한가위(음력 8·15)를 쇤다. 김 부자 생일은 이틀 연휴, 음력설이 사흘 연휴다.

▶북한은 원래 조선인민군이 창설된 1948년 2월 8일을 인민군창건일로 삼았었다. 그러다 78년부턴 김일성이 처음 항일유격대를 만들었다는 1932년 4월 25일로 바꿨다. 인민군은 김일성의 군대라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북은 6·25가 '승리한 전쟁'이라며 휴전일인 53년 7월 27일을 승전기념일로 정했다. 국제적 기념일인 부녀절(세계 여성의 날)과 노동자절을 제외하곤 모든 사회주의 명절에 김 부자 업적을 꿰맞춘 셈이다.

▶김정일 삼남 김정은은 작년에 후계자로 데뷔한 뒤 지난 1월 8일 처음 생일을 맞았다. 이날 기념 노래모임이나 체육행사쯤이 열렸을 뿐 공식 행사는 없었다고 한다. 김정일 생일은 후계자 내정 18년 뒤인 82년에야 공휴일로 지정됐다. 그러나 김씨 왕가의 탄생일을 으뜸으로 치는 명절 목록에 김정은 생일이 오를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 김정일의 건강문제로 후계체제를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북에선 어제 김정일 생일을 맞아 수중발레 공연과 피겨축전, 김정일화(花) 전시회가 열렸다. 그러나 통치수단인 '선물' 배급 소식은 잠잠하다. 잠수함을 만드는 함경도의 한 조선소에 열흘치 통옥수수가 배급됐다는 소식 정도가 들려 온다. 북한이 아무리 명절 분위기를 띄우려 해도 춥고 배고픈데 무슨 명절 기분이 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