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두 번을 울었다. 강원도 평창은 2010년과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 경쟁에서 캐나다 밴쿠버, 러시아 소치에 잇따라 역전패하며 눈물을 훔쳤다. 밴쿠버와 맞붙었을 때는 1차 투표에서 51 대 40으로 이겼지만, 2차 투표에서 53 대 56으로 졌다. 소치한테는 첫 대결에서 36 대 34로 앞섰다가 재대결에서 47 대 51로 추월당했다.
8년 전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총회를 취재하기 위해 처음 찾았던 체코 프라하는 '눈물의 도시'로 기억에 남아 있다. 거기서 평창이 고배(苦杯)를 마시는 과정을 지켜봤다. 프라하의 사진이나 영상을 볼 때마다 호텔 바닥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던 평창 유치위 관계자들의 얼굴이 먼저 떠오른다.
IOC 위원들이 흘린 '악어의 눈물'도 잊을 수 없다. "분단의 상징이 된 한반도에서 태어난 저는 남·북이 같은 이름을 가진 분단 강원도, 그 한쪽의 도지사가 되었습니다. 저에겐 하나의 꿈이 있습니다…." 김진선 당시 강원도 지사가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호소하자 IOC 위원들은 손수건으로 눈가를 찍어냈다. 그 모습을 보고 평창 유치위 관계자들은 "이겼다"고 믿었다. 하지만 IOC 위원들은 자신들만의 셈법으로 예정된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이 패배 후에도 평창은 올림픽 유치의 꿈을 접지 않았다. 2014년 대회 유치를 위한 재수(再修)의 길에 들어섰다. 하지만 2007년 과테말라에서 열린 IOC 총회에서 개최지의 영광은 러시아 소치에 돌아갔다. 평창 유치단 본부가 차려진 호텔 로비는 또 한 번 통곡의 바다가 됐다.
16일부터 평창에서 IOC 평가단의 마지막 현지 실사(實査)가 시작됐다. 린드베리 평가위원장을 비롯해 14명의 평가단은 종합보고서를 작성해 IOC 위원들에게 제출한다. 평창은 8년 전, 4년 전에 비해 괄목상대할 만큼 각종 인프라를 많이 확충했다. 40명의 외신기자들도 "원더풀"이라며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평창이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확정되면 대한민국은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다시 올림픽을 개최하게 된다. 산업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동계올림픽 유치로 20조5000억원의 총생산액 유발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선진국 대열에 본격 진입하는 길목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은 역사의 새 이정표가 될 것이다.
이제는 외교적·정치적으로 어떻게 표를 관리할 것인가의 문제가 남아 있다. 경쟁지인 독일 뮌헨은 토마스 바흐 IOC 부위원장이 유치위원장을 맡고 있다. 차기 IOC 위원장 후보로 꼽히는 그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프랑스 안시도 사르코지 대통령의 든든한 지원을 받고 있다.
다행스러운 건 평창의 도전이 이전 두 번보다 훨씬 적극적이란 점이다. 우리 사회에서 '지역 이벤트'가 아니라 국가적 대사(大事)로 대접받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15일 헬리콥터를 타고 평창까지 직접 날아갔다. 이 대통령은 "이번에 안 되면 (나라) 체면이 말이 아니다"고 했다. 특별사면을 받은 이건희 IOC 위원도 4년 전과는 확실하게 다른 강도로 평창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평창의 세 번째 도전은 오는 7월 6일 남아공 더반 IOC 총회에서 결판난다. 더반은 지난 1974년 '4전5기' 신화의 주인공 홍수환이 처음으로 세계챔피언이 된 곳이다. 그곳에서 평창이 이번에는 기쁨의 눈물을 흘릴 수 있도록 국가적 역량을 모아야 한다. 이번에도 동계올림픽 유치에 실패한다면 누군가의 말처럼 '국가의 수치(羞恥)'가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