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독일 문학에선 열아홉살 소녀 작가 헬레네 헤게만이 인터넷 세대를 대표한다. 지난해 그는 반항하는 청소년 풍속도를 그린 소설 '아홀로틀 로드킬'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유명해지자 소설의 많은 부분이 인터넷에 떠도는 남의 글을 짜깁기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그는 "내가 쓰고자 하는 삶의 방식과 일치하는 내용이 있으면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인용한다"며 당당하게 맞섰다. 포스트모더니즘의 '혼성모방'이라고 옹호하는 평론가도 있다.

프랑스에서 지난해 공쿠르 문학상을 받은 미셸 우엘벡의 소설 '지도와 영토'도 표절 시비를 겪었다. 인터넷 백과사전에서 일부를 옮긴 것으로 밝혀졌다. 내무부와 호텔 사이트에서 경찰서와 호텔 묘사를 그대로 따오기도 했다. 작가는 "많은 작가가 현실과 허구 속 문서를 뒤섞는 기법을 사용한다"고 주장했다. 공쿠르상 심사위원회도 문제 삼지 않았고, 35만부 넘게 팔렸다.

▶작가들이 인터넷 도움을 누리는 세상이지만 인터넷 맹신을 비판하는 작가도 있다. 움베르토 에코는 평소 "인터넷은 멍청한 신(神)"이라고 했다. 그는 "인터넷을 통해 거의 모든 것을 기억하는 것은 미친 짓이나 바보 같은 짓"이라며 "우리는 인터넷에서 더 이상 허위와 진실을 구분할 수 없다"고 했다.

▶소설가 김영하가 엊그제 '인터넷 절필(絶筆)' 선언을 했다. 그는 우리 문단에서 인터넷을 가장 잘 다룬 작가였다. 블로그 '김영하닷컴'을 운영한 그는 이동통신 라디오 방송을 이용해 독자에게 직접 책을 읽어줄 정도였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가수 이적과 함께 '140자 예술 토론회'를 이어갔다. 새해 들어 그는 '신춘문예가 아니더라도 작가는 스스로 될 수 있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다른 평론가·작가와 벌인 논쟁이 최근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의 죽음과도 연결됐다.

▶김영하는 '아사(餓死)가 아니라 병사한 최고은을 예술 순교자로 만들지 마라'고 주장했다. 논쟁 상대방에게 '낭만적 예술지상주의자'로 몰리고, 네티즌 비난도 가세하자 그는 "앞으로 트위터와 블로그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사랑하는 책상 앞으로 돌아가 글만 쓰겠다"고 한 그는 "다시 골방 인생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인터넷은 작가에게 현실보다 큰 사이버 '광장'을 제공했지만 문학은 '밀실'에서 탄생한다. 김영하가 '골방'에서 들고 나올 신작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