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살을 펴게 하는 보톡스 주사는 (보톨리늄균의) 독소를 아주 약하게 써 유용하지만 보툴리늄균의 독소가 강하면 호흡 마비 등 사람에게 치명적입니다. 동물 사체가 묻힌 매몰지의 침출수나 토양·지하수 등에 이런 병원균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 등에 대한 시급한 조사가 필요합니다."
전국 4400여곳에 이르는 가축 매몰지로 인한 '2차 환경오염' 문제에 대해 제주대 의대 이근화 교수(미생물학)는 13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전국 어디에 매몰지가 있는지, 어떤 병원균이 어떤 병을 일으키는지 등에 대한 정보를 정부가 상세하게 국민에게 알려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2008년 환경부의 의뢰로 '가축 매몰지의 환경관리 방안 연구'에도 참여했던 가축 매몰지 오염 및 전염병 전문가이다.
―병원균 등 미생물에 대한 조사가 왜 시급한가.
"동물 사체를 묻은 곳은 바이러스나 기생충뿐 아니라 온갖 병원균의 원천이라고 봐도 된다. 이런 매몰지가 전국에 숱하게 깔려 있는데, 매몰지 침출수가 지하수·토양을 1%만 오염시켜도 사람들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기온이 올라가면 주춤해지지만 (가축 사체에서 번식되는) 병원성 세균들은 기온이 올라가면서 더 활발하게 증식하기 때문에 앞으로 위험성이 점점 부각될 것이다."
―특히 어떤 병원균이 우려되나.
"우선 고위험 병원체인 탄저병(炭疽病·심한 출혈을 일으키는 전염병)을 일으키는 바실루스균이다. 이 균은 다른 병원균과 달리 포자(胞子·홀씨)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끓는 물에서도 살아남는다. 음식이나 상처 등을 통해 인체에 감염되면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탄저병은 어떤 경로로 감염되나.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감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먹이사슬을 통해 탄저병에 걸리면 100% 죽을 만큼 치명적이다. 예를 들어 탄저균이 든 토양이나 풀을 먹은 소를 사람이 먹은 경우 숨진 사례가 1994년 우리나라에 있었다. 호흡을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지만 극히 희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