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일본 프로야구가 새로운 도전을 펼치는 한국 선수들에게 주목하고 있다. 일본 퍼시픽리그 오릭스 버펄로스의 박찬호와 이승엽이다. 마운드와 타석에서 '격(格)'이 다른 '스펙'을 보유하고 있는 두 선수는 국내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최대 화젯거리다. 이들의 훈련 광경을 지켜본 오릭스 구단 관계자는 "박찬호는 180이닝에 10승, 이승엽은 30홈런 80타점이 최저 기대선"이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는다.
■"박찬호, 낯선 환경 적응이 관건"
지금 일본에서는 박찬호의 일거수일투족이 관심 대상이다. 실전이 아닌 연습 투구인데도 현지 취재기자들은 일일이 '바를 정(正)'자를 써가며 스피드와 구종 분석에 열을 올린다. 10일 이승엽과 T 오카다를 상대로 배팅볼을 던진 것까지 대서특필할 정도다. 같이 뛰게 될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훈련 파트너인 투수 기사누키 히로시는 "생활습관처럼 몸에 밴 달리기, 유연성 훈련 등 몸 관리 노하우가 대단하다"며 감탄했다. 그는 박찬호에 대해 "전혀 메이저리거 같지 않다"며 "누구든 스스럼없이 대하고, 오히려 하나라도 더 가르쳐 달라고 한다"고 했다.
더그아웃에선 '새내기'로 고개를 숙이는 박찬호지만 이미 마운드에선 존재감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10일 배팅볼 훈련에서 까다로운 구질로 타자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특히 왼손 타자를 상대할 때 아래로 떨어지는 체인지업의 위력이 대단했다.
제3선발뿐 아니라 3월 25일 개막전 선발로 거론되고 있는 박찬호는 서두르지 않고 있다. 그는 현재 체력 관리, 새로운 문화에 대한 적응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메이저리그와는 달리 일찍 팀 훈련을 시작하는 일본에서 너무 성급하게 페이스를 끌어올리면 신체에 과부하가 걸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 박찬호로선 '자기만의 페이스'를 끌고 가는 게 중요하다.
■페이스 빨리 끌어올린 이승엽
이승엽은 11일 팀 자체 연습경기에서 1루수 겸 4번 타자로 나서 2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1루수 앞 땅볼, 2루수 쪽 병살타를 때렸다. 그래도 주변에선 우려의 기색보다는 기대감을 나타낸다. 타구의 질(質)이 좋았기 때문이다.
현재 이승엽의 페이스는 70~80% 정도다. 이승엽은 '나 홀로 훈련'을 했던 예년과는 달리 올겨울 동안 삼성의 경산볼파크에서 훈련했다. 삼성측 코치와 선수들의 도움을 받았다. 이미 강점과 약점이 다 노출된 만큼 페이스를 빨리 끌어올리는 데 중점을 둔 것이다.
이승엽은 박찬호와는 다른 차원에서 주목받고 있다. 그는 한때 일본 최고 명문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4번 타자로 30~40개의 홈런을 쾅쾅 터뜨렸다. 그러다 최근 2년간 맥도 못 췄다. 엄격한 팀 분위기, 치열한 경쟁에 부상까지 겹치며 제대로 칼을 뽑아들 기회조차 없었다. 이번에는 부진의 나락을 헤어나 반드시 정상에 복귀하겠다는 각오가 각별하다. 일본 언론들도 이승엽의 '부활 드라마'를 기대하고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