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수요일 오전 10시쯤 성남시 분당구 느티마을 3·4단지 아파트 관리소 앞. 하늘색과 흰색이 섞인 45인승 버스 1대가 도착했다. 버스의 문이 열리자 이내 인근에서 아파트 주민들이 몰려나와 버스에 탔다. 이들은 버스를 타고 어딘가로 가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곳에서 책을 읽고 빌린다.

이 버스는 성남시에서 운영하는 '새마을이동도서관' 차량. 버스는 2시간가량 아파트 관리소 앞에 서 있었다. 버스는 네 살짜리 손자의 손을 잡고 그림책을 고르는 할머니부터 겨울방학 계획을 '다독하기'로 세웠다는 초등학생 어린이까지 수십명의 아파트 주민들로 북적였다. 주민 신모(41)씨는 "추운 날씨 때문에 집에서 떨어져 있는 공공도서관까지 가는 게 힘들었는데 이동도서관은 바로 집 앞까지 와주니 꼭 챙겨서 들르게 된다"고 말했다. 오모(61)씨는 "보고 싶은 책이 있어도 사서 보기 부담스러울 때가 많았다"며 "책을 좋아하는 만큼 넉넉하게 읽을 수 있도록 이렇게 찾아와 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성남시 새마을이동도서관 버스 안에서 한 시민이 책을 빌리고 있다. 책을 실은 45인승 크기 버스가 각 동네를 순회하며, 이곳에서 한 사람당 5권의 책을 무료로 빌려 볼 수 있다. 특히 요즘처럼 외부활동이 뜸한 겨울철에 인기가 더욱 좋다고 한다.

버스 4대로 매주 60군데 다녀

자동차도서관인 성남시 새마을이동도서관이 겨울철을 맞아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 1993년 도서관 자료를 독자들에게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연결해주기 위해 설립한 성남시 새마을이동도서관은 4대의 차량으로 각각 2300여권의 책을 싣고 시민들을 만난다. 버스 1대는 하루에 4곳을 1시간에서 2시간 정도 머무른다. 이렇게 4개의 이동도서관은 매주 성남 시내 60여곳을 다닌다.

이동도서관 회원카드를 발급받으면 한 사람당 5권의 책을 무료로 빌려 볼 수 있다. 회원카드는 도서관 차량 방문 시 신분증을 지참하면 즉석에서 발급받아 이용할 수 있고, 도서 대여기간은 일주일이다. 2주 만에 반납하면 반납권수의 50%는 대출할 수 있지만, 3주는 1회, 4주 이상은 연체일수만큼 대출이 중지된다.

이동도서관 관계자는 "도서관의 혜택이 닿지 못하는 원거리 지역주민들에게 도서관 자료를 제공하기 위해 시작된 사업"이라며 "독자를 기다리는 소극적인 형태가 아니라 먼저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노력을 통해 시민들에게 필요한 정보와 지식을 제공하려 한다"고 말했다.

방학 맞아 어린이·가족에게 인기

최근에는 겨울방학을 맞아 어린이 방문자들의 발길이 잦았다. 성인용 코너에 관심을 두고 있는 박모(37)씨는 "이동도서관은 시간만 맞춰지면 가장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유익한 도서관"이라며 "매주 방문해 두 명의 자녀들을 위한 책을 고르곤 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한 권 정도는 '자녀 교육법'에 관한 책을 선택해 읽으며 자녀 교육에 대한 지식을 갖추어 실천하고 있다고 한다. 문모(12)양은 "이동도서관을 통해 문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빌려 본 책 중에서는 '제인에어'를 가장 감명 깊게 읽었다"고 말했다.

이동도서관에 한데 모여 책을 고르는 가족들도 있었다. 장모(45)씨는 "아이 세 명에 남편과 저까지 총 다섯 명이 평균 4권씩의 책을 빌려 일주일에 20권의 책을 읽는다"며 "다섯 가족이 둘러앉아 읽은 내용에 대한 토론 시간을 마련해 독서의 효과를 서너 배로 늘리고 있고, 아이들이 책을 깊게 접하는 건 아니지만 장난감처럼 편하게 생각하고 대하면서 매우 좋아한다"고 말했다.

회원 추천도서 더욱 확충

이동도서관은 올해 이용자들이 항상 새로운 책을 만날 수 있게끔 지역별로 책의 회전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계획이다. 또, 더욱 효율적인 독서문화 향상을 위해 장애인에게 직접 책을 배달하고 수거해 가는 '사랑의 책배달' 서비스를 확대 시행한다.

이외에도 오는 9월에는 성남시민의 독서능력 향상과 독서 권장을 독려하기 위한 '독후감 경진대회'를 연다. 성남시 초·중·고학생 및 시민을 대상으로 독서감상문을 받아 우수작품 시상을 한다. 또, 시민들의 문학적 자질 향상과 실력 발휘를 위해 '백일장 및 사생대회'도 진행한다.

도서관 관계자는 "성남시민들이 편리하게 이동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를 개편하고 이용회원들의 추천도서를 중점으로 도서 구입에 반영해 편성할 예정"이라며 "이용회원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가 시민들의 독서 생활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